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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Logrono-Najera)

-5.03(8) Logrono ~ Najera(30km) 카미노에서 처음 길을 잃었다. 로그로뇨가 팜플로냐 이후 제일 컸던 도시였는데 도심 속에서는 노란 화살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 화살표가 사라진 곳에서 엉뚱한 곳으로 갔다 되돌아오느라 헤맸더니 급 피곤해졌다. 도시를 벗어나니 강이 나왔는데 많은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낚시를 좀 배우고 싶었는데 주변에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예전 회사에서 MT를 갔을 때 제일 큰 물고기 잡는 사람에게 1만원씩 몰아주기로 내기를 했는데 내가 제일 큰놈을 잡고 제일 많이 잡기도 했었다. 가자미를 줄낚시로 잡았었는데 제일 못 잡은 사람은 0마리. 나는 20마리 가까운 수를 잡았었다. 초겨울 속초에서였다. 조금 쉬려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저 멀리서 다람쥐가 다..

#9 로스 아르코스에서 로그로뇨(Los arcos-Logrono)

-5.02(7) Los Arcos-Logrono(30km) '재희상 오키떼 오키떼' 미시로가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아침에 같이 출발하기로 했는데 세상 모르고 잤나보다. 카미노 초반에는 새벽에 눈이 말똥말똥해서 힘들었는데 이제 시차도 그렇고 적응이 된 것 같다. 짐 정리하면 시간이 걸릴것 같아 먼저 출발하라고 했다. 배낭을 싸고 어제 사 온 빵과 과일을 먹는다. 스페인에서 먹어 본 과일은 한국보다 전부 맛있는 것 같다. 특히 여기서 먹어 본 서양배는 정말이지 달고 맛있다. 한국에서 먹어 본 서양배는 딱딱하고 맛이란게 전혀 안 느껴지는데 말이다. 맛있는 걸 고르는 요령이라면 물렁물렁한 걸 골라 먹어야 한다. 딱딱한 것은 단 맛이 없을 확률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 물렁해지면 맛있어 질 수도 있다. 서양배는 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로 가는 길. 간단한 설명, 유래

카미노 Camino :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입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서는 이 여행 자체를 그냥 카미노라고도 얘기하지요. way, road랑 같은 말입니다. 산티아고 Santiago : 성야곱, 야고보을 뜻하는 스페인어 입니다. 영어로 세인트 제이콥, 제임스 Saint Jacob, James. 프랑스어로 생쟈크 st.Jacques 등등으로 불리네요.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는 성야고보가 있는 별들의 들판이라는 뜻입니다. 알베르게 Alberge : 순례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페레그리노 Peregrino : 순례자를 뜻합니다. 영어로는 Pilgrim이네요. 크레덴시알 Credencial : 순례자 여권을 뜻합니다. 나중에 산티아고..

#8 에스떼야에서 로스아르코스까지(Estella-Los Arcos)

-5.01(6) Estella -> Los Arcos(20km)08:00 ~ 14:00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이 좋다. 어젯밤 살짝 몸살기가 있어 아스피린을 먹고 자서 그런지 몸이 개운하다. 혹시 오늘 몸이 안 좋다면 10Km 정도만 걸으려 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발하고 곧 그 유명한 이라체 와이너리가 보였다. 순례자들을 위해서 한쪽은 와인, 한쪽은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설치되어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보고 옆 꼭지에서 물을 가득 채운 후에 다시 출발한다. 누가 와인맛이 어떠냐고 묻자 난 한마디로 답했다. "Young wine" 저 앞에서 낯익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다. 미시로다. 생장가는 기차에서 처음 만났었지만, 같이 걷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오늘 풍경은 너무나 좋았다. 미시로에게..

#7 에스떼야까지(Puente La Reina-Estella)

-4.30(5) Puente La Reina -> Estella(23km)07:00 ~ 14:00 누가 불을 켜는 바람에 새벽 5시에 잠이 깼다. 구시렁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잠 깬 김에 느긋하게 짐 챙기고 준비했더니 7시가 다 되어 출발했다. 역시나 오늘 아침도 비가 온다. 출발하자마자 공립 알베르게에서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는 후쿠다상을 만났다. 생장에서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다. 창문을 두들겼더니 너무나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한다. 몸은 괜찮냐고 물었더니 괜찮은데 코고는 소리와 침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씨끄러워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알베르게에서 처음 자는 거라고 한다.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속 기온이 낮고 비가 온다. 좀 따뜻해져서 반바지 입고 걷고 싶다. 걷는 ..

#6 나 자신과의 싸움.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Pamplona-Puente La Reina)

4.29(4) Pamplona -> Puente La Reina(24km)07:00 ~ 14:00 어젯밤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어두컴컴한 새벽 도심을 걷는 기분도 새롭다. 팜플로냐 시내는 작아서 한 시간 남짓 걸은 것 같은데 시내를 빠져나와 시 외곽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길에 나바라대학도 보였다(팜플로냐는 나바라 주에 있다).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유채꽃이었다. 유채꽃 많다는 제주도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다. 멀리 오늘 넘어야 할 페르돈 언덕이 보였는데 언덕이 아니라 산이었다. 다시 몸이 슬슬 피곤해지며 내가 이걸 넘을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서 이걸 넘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넘긴 넘었는데 그냥 걷기 싫다는 생각이 하루종일 내 머릿속을 지..

#5 버스를 타고 팜플로냐까지(Zubiri-Pamplona)

-4.28(3) Zubiri -> Pamplona(22km)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8시쯤 출발해서 라라소아냐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비가 많이 와 작은 계곡에 돌다리가 유실돼서 할아버지 한 분이 건너질 못하고 있어 내가 머리크기만 한 돌을 가져와 디딜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걸로 뒤에 오는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신발 젖지 않게 건너고. 라라소아냐에서 잘 것이냐 버스를 탈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름 아침부터 열 만한 숙박업소도 없었고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순례자를 만나 카페가 어딨느냐고 물었더니 엉뚱하게 커피 자판기를 알려준다. 카페를 찾다 라라소아냐 알베르게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무리를 우연히 만났다. 이들도 나처럼 다리에 문제가 생겨..

#4 힘들었던 둘째 날. 수비리까지(Roncesvalles-Zubiri)

-4.27(2) Roncesvalles -> Zubiri(22km) 07:20 ~ 16:00 오늘도 새벽 4시쯤 깼다. 뜬 눈으로 한 시간 넘게 지새다 살짝 잠들었는데 웅성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벌써 6:20분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짐을 챙기는데 옆의 독일부녀는 추운지 비치타올을 휘감고 웅크리고 잔다. 그리고 일어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정신없이 정리하고 식당으로 내려가 보니 A누나는 이미 아침을 먹고 내 것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 스프를 끓여줬다. 여기에 1유로짜리 빵과 함께 먹었다. 다행히 신발은 90% 정도 마른 것 같다. 어제의 충격에 상 하의 전부 우의로 챙겨 입었는데 제길, 비가 안 온다(하루종일 맑았다). 오늘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무릎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가다쉬다 반복해 민폐인 거 ..

#3 출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st.Jean-Roncesvalles)

-4.26(1) St.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28km) 06:30 ~ 14:30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않아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깼다. 어젯밤 샤워를 했기에 간단히 씻고 짐을 챙겨 주방으로 갔다. 토스트를 먹고 점심으로 먹을 빵 몇 개를 챙긴 뒤 본격적으로 걸을 준비를 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늘은 컴컴했지만 걷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처음 보는 풍경들에 마음이 들떴다.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기는 했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구름도 걷혔고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맑은 하늘에 비 오는 날씨가 이어졌다. 시골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라 기분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생활방수되는 옷을 입고 있어 그냥 걸었는데 나중에 그게 화근이 되었다. 풍경도 좋고 날이 개길래 계속 좋을..

#2 카미노 프랑스길의 시작점. 생장 피 드 포르 St.jean pied de port

4.25 생장은 아주 분위기 좋은 도시였다. 자연스레 우거진 수풀에 꽃들이 만발해 있으며 그냥 눈에 닿는 모든 것이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파리의 우중충한 느낌이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역에 내리자마자 배낭을 멘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느낌을 더 느끼고 싶어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여기서 한국인 B부자를 처음 만났다. 아들이 군대에 가서 그 전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카미노를 걸으러 왔다. 정말 멋진 아버지였다. 순례자 센터에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자 여권. 즉 크레덴시알을 받으려고 서 있었다. 발급해주는 분들은 전부 카미노를 걸은 적이 있는 이 지역의 자원봉사자라고 한다. 역시 영어가 안 되지만 손짓 발짓으로 크레덴시알을 발급받고 구석에서 헌금하고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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