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과학에 빠진 사람들
오디오 애호가, 오디오 마니아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값 비싸 보이는 앰프에 연결된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올리고 그 위에 바늘을 올리는 우아한 손짓. 스피커에서 선율이 흐르면 그 음악을 즐기며 커피 한 잔 하는 여유, 이런 모습이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스마트폰에 앰프나 dac를 연결해서 고급 헤드폰을 귀에 올리고 나만의 세계에 빠지는... 그런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네요.
한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오디오를 매우 영적인(?) 존재로 생각하며 비이성적인 소비를 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디오 쪽에 끝없이 회자되는 우스갯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발전소에 따라 음질이 바뀐다?!
는 얘기입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생각하겠지만 오디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디오 애호가들을 비꼬기 위해 쓴 걸로 생각됩니다. 에너자이저 건전지를 쓰면 소리에 힘이 좋아진다, 듀라셀은 음역이 넓어진다 하는 건전지 버전의 글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일본에서 집 근처 발전소에서 오는 전기를 바로 받기 위해 수천만 원을 들여 전봇대를 설치한 사람이 몇 년 전 실제로 등장했습니다.
“궁극의 사운드를 찾아서” 일본 오디오 마니아들 전봇대 세우는 까닭 | 일요신문 (ilyo.co.kr)
발전소 음질 이야기가 일본에서 시작된 걸로 알고 있는데 실행한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오디오 애호가 조롱성 글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믿고 작성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때때로 오디오 애호가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오디오 파일 Audio Phile이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에 기록된 내용을 구글 번역기로 옮겨 보면
오디오 애호가는 고음질 재생에 열광하는 사람입니다. 오디오 애호가는 일반적으로 음향이 좋은 방에서 라이브 음악 공연의 사운드를 재현하려고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최고로 인정받는 레코딩 및 재생 시스템조차도 거의 달성하지 못한다는 데 널리 동의하고 있습니다. 오디오 애호가 값은 음악 재생의 모든 단계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초기 오디오 녹음, 제작 과정 및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재생되는 재생. 일반적으로 오디오 애호가의 가치는 더 편리하지만 품질이 낮은 음악, 특히 MP3, 저화질 스트리밍 서비스 및 저렴한 헤드폰과 같은 손실이 많은 디지털 파일 형식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으로 보입니다. 고급 오디오라는 용어는 오디오 애호가가 사용하는 재생 장비를 의미하며 전문 상점과 웹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고급 구성 요소에는 턴테이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이퀄라이제이션 장치, 프리 앰프 및 증폭기 (솔리드 스테이트 및 진공관 모두), 라우드 스피커 (혼, 정전기 및 정 자기 스피커 포함), 파워 컨디셔너, 서브 우퍼, 헤드폰 및 음향이 포함됩니다. 방 교정 장치 외에 방 치료. 많은 오디오 애호가 기술은 ABX 테스트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검증 할 수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기반으로하지만, 지각 된 음질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므로 유사 과학적, 마술 적 또는 초자연적 원리에 기반한 논란이 많은 오디오 애호가 기술이 있습니다.
마지막 문단을 보면 ‘유사 과학적, 마술적 또는 초자연적 원리에 기반한 논란이 많은 오디오 애호가’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서양도 오디오 애호가들에 대한 평판이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저도 오디오를 좋아하고 소박하게 하이파이 기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온라인 동호회에도 가입을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자료가 필요해 검색을 하다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동조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런 것은 좀 말이 안된다’라고 발언(댓글)을 하면 이내 그분들이 몰려와서 초보 취급을 하며 비아냥 댑니다. 그러고는
‘네가 안 써봐서 그런 것이다, 그(고가의) 장비를 써보면 납득할 것이다’
'네가 쓰는 장비부터 밝혀라. 오디오 하는 사람이 맞느냐?'
상식에 반하는 ‘그들 만의 상식’이 동호회를 지배하고 있고 반론에 돌아오는 것은 초보, 막귀(음질 구분을 잘 못하는 사람) 취급입니다.
제가 초보이고 막귀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매우 비상식적인 얘기들을 합니다. 초보, 막귀가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멀티버스에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데 말이죠.
제가 비상식적이다고 얘기하는 것은 대부분 유사과학과 기술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사과학이란? 특정한 이론이나 지식과 같은 종류에 대하여 그것이 과학적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과학적인 진리라고 간주하는 믿음 체계를 가진 입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실상은 이러한 믿음이 과학적 방법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입장을 지칭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의사과학 [Pseudoscience, 擬似科學] (두산백과)
사전을 보면 이렇게 의사과학이라는 용어로 유사과학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처음 가입하고는 유사과학 신봉자(?) 들과 설전을 벌였는데 이내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더 좋게 즐기기 위해 오디오를 구입했는데 정보를 얻겠다고 가입한 동호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글 쓰는 건 포기하고, 자료 검색용으로만 동호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보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생활 팁이라고 글을 올리는 블로거들이 생각나더군요. 친환경 재료라며 어디에든 베이킹소다를 사용하고, 시중의 제품들은 화학약품 덩어리 취급하는 사람들.
과학, 기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디서 주워들은 잡 지식, 그리고 확증편향에 의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 사람들이 오디오 동호회라는 곳에 모여 엉터리 지식을 사실이라고 믿으며 서로 주고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회원으로 위장한 업자가 끼면 금상첨화지요. 이들 위장 업자들의 특징은 오디오 미신에 대하여 얘기하면 대부분 게거품을 물면서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사업, 돈이 걸려 있으니 그렇겠지요. 이런 오디오 미신의 대부분은 돈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안 하면 음질이 나빠진다는 공포심을 이용한 하나의 마케팅입니다.
저는 사진 동호회를 꽤 오래 했습니다. 오래 활동하다 보니 우수회원을 가장한 반 업자(?)들이 눈에 띄더군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새 렌즈, 카메라가 나오면 바로 구입해서 사용기, 리뷰를 작성해 올립니다. 분명 생업도 있을 텐데 정말 열심히 만들어 올립니다. 글을 보면 단점은 안 적거나 아주 사소한 것만 적습니다. 얼마나 성의 있게 작성하는지 제가 사업을 한다면 리뷰 써달라고 빌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사람이 꽤 여러 명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순수한 동호인들일까요? 이들 중 최소한 절반은 장비를 빌리거나, 저렴하게 구입해 놓고는 혜택받았다는 고지를 하지 않고 리뷰를 올린 사람들입니다.
왜 그렇게 확신하냐고요?
저한테도 그런 제의가 들어왔으니까요. 사진 액세서리는 무료 제공하거나 정가에서 40% 정도 할인, 렌즈는 10~2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주는 대신에 리뷰를 써달라고 하는 요청들이 있었습니다. 업체로부터의 혜택 고지에 대해 얘기하면 굳이 그런 거 안 써도 된다고 합니다. 오디오 동호회라고 이런 사람들이 없을까요?
이 글을 시작으로 오디오 미신에 대해 하나씩 적어볼까 합니다.
케이블 논란, 교류 전기 극성, 황금귀, 진동 제어, 저장장치에 따른 음질 차이, 에이징 등등 얘기할 것이 참 많습니다.
저 혼자 생각하는 미신이 아니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누구를 비하하기 위함이 아닌 오디오에 막 입문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제대로' 된 곳에 지출을 하기 원하는 마음에서 적습니다. 음질 향상의 효과도 없는데 업자들 배만 불리는 것 정말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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