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들

하이파이 오디오 미신 - 교류에도 극성이 있다고?

beercat 2022. 4. 11. 14:32


교류, 직류 이야기

초등학교에서 처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직류는 +, - 극성이 있고 교류는 극성이 없다는 것을 배웁니다. 학교에서 배우기 이전에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죠. 장난감에 들어가는 건전지는 극성에 맞춰서 넣어야 하고, 전기 콘센트는 뒤집어 꽂아도 상관 없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배우기 이전에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직류(DC)로 작동합니다. 저가의 턴테이블 일부가 교류(AC) 모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앰프, CDP, 네트워크 플레이어 등 대부분의 오디오는 직류로 작동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이기에 오디오 장비 내외부에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전원부가 있습니다. 

교류(Alternating Current)는 시간에 따라 그 크기와 극성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류입니다. 1초 사이에 극성이 변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며, 단위는 Hz로 표시합니다.

 

직류(Direct Current)는 시간에 따라 흐르는 극성이 변하지 않는 전류입니다.


직류는 +극과 -극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류는 극성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교류도 +, - 극성이 있지만 1초에 몇십번 +, - 극성이 바뀝니다. 때문에 전기 플러그를 뒤집어 꽂아도 전자제품은 아무 문제없이 작동합니다. 뒤집어 꽂는다는 말 자체가 이상하네요. 극성이 없는데. 1초에 몇번 극성이 바뀌느냐에 따라 Hz로 표시합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220V 50~60Hz 이렇게 표시된 것을 보셨을 겁니다. 50Hz면 1초에 50번 극성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부 오디오 애호가들은 교류에도 극성이 있으며 오디오 제품의 플러그를 콘센트에 극성을 맞춰 꽂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교류 극성의 근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교류는 콘센트를 바로 꽂든, 뒤집어 꽂든 전자제품은 잘 작동합니다. 하지만 사실 교류의 두 단자가 같은 건 아닙니다. 한쪽은 실제로 전압이 걸리는 활선, 한쪽은 전압이 걸리지 않는 중성선이 있습니다. 접지를 포함하면 총 3개의 접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성선은 왜 있느냐?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전기도 높은 곳(활선 220V)이 있으면 낮은 곳(중성선)이 있어야 전기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20V 콘센트의 구멍 2개(접지 빼고) 중 한쪽 구멍에서만 감전이 됩니다. (어느쪽이 활선인지는 밖에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고 감전이 되나 안 되나 절대 구멍을 찔러보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220V에 감전되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 전기 회로 구성 방법 차이나 이상으로 중성선에 전압이 유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220V를 사용하는 제품에 전기 콘센트 극성을 맞춰 꽂으라는 안내는 전혀 없습니다.

 

전자기기에 콘센트를 극성을 맞춰 꽂으라는 안내문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없습니다. 앰프를 열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내부 교류-직류 변환 트랜스에도 극성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극성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매뉴얼에도, 제품 전원선에도 안내가 되어 있었겠죠.

교류 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주장을 합니다.

'교류 극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정확하게 연결했을 때 소리가 확실히 변한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안 변할 수도 있다'

'저가 기기에서는 못느낀다. 하이엔드로 가면 느껴진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생각납니다. 고양이가 살아있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극성이 존재한다해도 고가의 오디오에서 이런걸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했을까요?
극성이 그렇게 중요하면 분명 매뉴얼에 그 내용이 있을것입니다. 몇십만 원에서 억대 단위까지 가는 앰프가 존재하지만 전원 극성을 맞춰서 꽂으라는 앰프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콘센트에 반대로 꽂는다고 음질이 달라진다면 그 오디오의 전원부 설계를 의심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나라 오디오 시장은 일본에서 상당히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우리랑 다르게 110V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일본 플러그는 2개의 접점이 있습니다. 미국 콘센트는 같은 110V라도 접지가 있습니다만 일본은 접지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전기 콘센트입니다. 왼쪽 단자가 더 길게 생겼습니다. 접지 단자가 없기 때문에 중성성이 접지 역할도 겸하도록 설계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콘센트에 반대로 꽂으면 문제가 됩니다.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오디오에서 노이즈가 들릴 수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플러그 모양이 조금 다름니다. 한쪽의 폭이 길지요? 그래서 애초에 뒤집어 꽂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접지가 필요 없는 제품은 플러그의 양쪽 길이가 같습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100V는 접지 단자가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일본의 경우 전원선을 반대로 꽂으면 문제가 됩니다. 이 단자 이야기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220V에도 그럴것이다 라고 오해해서 구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일부 형광등이나 LED등이 스위치를 꺼도 불이 어둡게 살짝 들어와 있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전기 기사가 배전반 구성을 할 때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LED등 같은 극히 적은 전류에 반응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됩니다. 

이런 문제를 예를 들며 극성을 맞춰야 앰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이것은 중성선 연결 문제지 이걸 가지고 교류 극성을 운운하는 것 맞지 않습니다. 전기를 쓰는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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