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
CD, DVD 등 실물 미디어 판매가 시원찮으니 많은 회사가 현물 판매 대신에 구독 서비스로 돌아섰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도 음악 서비스 ‘VIBE’로 음악을 듣고 있네요.
음악 감상, TV 다시보기, 영화 감상, 책, 스마트폰 앱, PC 프로그램 등등 상당히 많은 서비스가 '구독'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우 활발하게 이용되는 ‘구독’ 서비스 이전에는 ‘어둠의 경로’를 이용한 콘텐츠 이용이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음악은 소위 ‘빽판’으로 불리던 불법복제 LP판에서 ‘길보드 차트’라 불리던 불법 테이프, 디지털 세상으로 넘어가면서 음악공유 프로그램 냅스터, 소리바다까지. 그리고 각종 유상 소프트웨어를 단돈 몇천 원에 복사해주던 주변의 컴퓨터 가게들.
인터넷 시대로 넘어와서는 수많은 인터넷 해적 사이트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복제방지 장치를 제거한 소프트웨어를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다운로드 받아 사용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불법복제물을 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크게 작용하는 것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접근 편의성과 가격.
우습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각종 콘텐츠, 소프트웨어의 접근이 불법 경로가 오히려 더 쉬웠습니다. 컴퓨터를 조금만 할 줄 안다면 구글에서 검색어 몇개로 불법 사이트를 검색해 토렌트로 다운 받으면 바로 손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구입하려면 가입, 결제를 해야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번거로웠고, 어디서 정품을 파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영화 같은 경우 불법 경로가 정식 경로보다 더 빠르고 더 쉬운데 심지어 더 고화질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품 사면 바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영화DVD, 음악CD 같은 경우 한번 구매에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최소 수십에서 수백만 원에 달했기에 기업이 아닌 개인의 경우 불법복제품 사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어둠의 경로’를 헤메기 귀찮아 정품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 스토어 같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아주 편리한 경로로 합법인, 게다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정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불법복제물에 랜섬 등 해킹 소프트웨어를 몰래 심어서 배포하는 경우도 있고해서 불법복제물을 믿지 못하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네요.
‘한때’ 음악애호가였던 저는 한 달에 몇만 원 정도를 음악CD를 구입하는데 썼습니다. 하지만 이제 애플뮤직, 멜론, 스포티파이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 몇천 원, CD 구입비용의 몇분의 일로 듣고 싶은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집에 쌓여있는 몇백 장의 CD는 이제 버릴수도 어쩔수도 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도 여기에 가세해 모바일 앱이나 PC 프로그램도 구독 서비스 기반 영업이 늘어났습니다.
어도비 포토샵이 몇십만 원, 어도비 프로그램 패키지가 몇백만 원이었는데 이제 한달에 1만1천 원. 밥 한끼+커피 값으로 당당하게 포토샵과 라이트룸이라는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6만2천 원이면 어도비에서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불시 단속에 벌벌떨던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불법 이용자를 양지로 이끌어낸 이 정책 매우 환영합니다.
하지만 장점만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고가의 제품을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 많은 사용자들의 부담을 덜어 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굳이 구독을 해야하나’ 생각했던 다른 제품들도 하나, 둘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애플의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 앱 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은 대부분 무료나 몇천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것도 한번 사면 끝이었습니다. 제가 쓰는 가계부 앱은 아이폰4 쓸때 유료 구입한 건데 10년이 지난 현재도 OS 버전이 올라갈 때마다 최소한의 버그 픽스는 해주고 있습니다. 앱 하나 가격이 몇천 원 수준인데 이런 저가 정책이 앱스토어 생태계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말이죠. '어둠의 경로를 찾아서 헤메느니 속편하게 몇천 원 내고 쓰고 말지' 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몇천 원 짜리 앱을 팔아서 최소 몇년은 유지보수를 해야하는 개발사 측에서는 적쟎은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이제 너무 많은 회사가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쓰는 앱 중 예를 들겠습니다. 패스워드 관리 앱 1Password와 일기장 DayOne은 처음 구입할 때 각각 $10, $5를 주고 구입했습니다. 잘 기억안나는데 대략 이정도 였던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두 앱은 현재 무료로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무료로 다운로드 받은 대신 매달 혹은 매년 비용을 지불해야 제대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1패스워드는 매달 $2.99, 데이원은 1년에 $34.99를 내야 합니다. 저는 개발의 ‘ㄱ’자도 모릅니다만 이 비용이 적절한 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운 좋게 구독서비스로 전환되기 전에 이 두 앱을 구매해 그대로 쓸 수 있었지만, 구독 서비스로 전환 후에 제가 이 앱을 이용하려 했다면 저는 사용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다른 앱 구독할 바에 딴거 쓴다 을 찾았을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포토샵의 경우 몇십만 원의 프로그램을 월 1만 원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1Password의 경우 4개월만 사용해도 최초 판매 가격인 $10을 넘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온라인 기반 구독 서비스 비용이 누적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됩니다.
제 기준으로 살펴보면 현재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는
서비스 | 비용 |
넷플릭스 | 17,000원 |
애플TV+ | 6,500원 |
오피스365 | 11,900원 |
어도비 포토그래피 플랜 | 11,000원 |
네이버플러스 | 4,900원 |
이것만 해도 4만 원인데 인터넷 회선비 2만 원, 휴대전화 요금 약 4만 원.
욕심을 조금 부려 리디북스 셀렉트(구독6천500원)를 더한다면 약 11만 원 정도를 매달 지출하게 됩니다. IPTV가 있는 집은 그만큼 더 나가겠네요.
각종 온라인 서비스가 삶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 매달 10만 원은 큰 금액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는 큰 돈이고, 누구에게는 푼돈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몇만 원짜리 음악CD, 몇만 원짜리 DVD, 만 몇천 원의 책, 몇십만 원의 포토샵. 이 비용을 매달 나눠 내는 ‘할부’라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를 ‘공유경제’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더 많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휴대전화 외에 이용하는 서비스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유튜브 같은 훌륭한 무료 콘텐츠 플랫폼도 있구요. 그런 유튜브도 끈질기게 유료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광고창을 띄우지만...
만약 모든 콘텐츠가 구독이란 이름으로 서비스 된다면?
이라고 상상을 해봅니다. 이런 서비스의 비용 부담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저소득층에서 문화 소외자가 나오고, 사회문제로 대두 된다면? 그렇다면 구독 서비스를 공공재 등록으로 획기적인 문화 비용 편성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는 망상을 해봅니다.
제가 너무 멀리 간 것 같네요. 절대 이렇게까지 될 리는 없겠죠. 모든 콘텐츠가 유료가 되기 전 분명 누군가 머리 좋은 사람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돈을 벌겠죠. 하지만 언젠가 이런 구독 서비스가 너무 많이 늘어난다면 비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실제 벌어질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불법 복제가 판을 치는 과거로 회귀할지도 모르겠네요. 역사는 반복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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