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Review-

야마하에서 만든 하이파이 앰프 A-S2100 1년간의 사용기

beercat 2022. 5. 30. 11:21

야마하 하면 첫 번째로 모터사이클, 두 번째로 피아노 같은 악기가 떠오릅니다.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야마하와 피아노를 만드는 야마하는 같은 야마하 그룹 소속입니다. 전혀 연관 없는 것을 이것저것 만드는 회사가 야마하입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만든다고 물건이 어설픈 게 아닙니다. 모터사이클은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는 드는 브랜드이며, 피아노는 무려 세계 점유율 1위입니다. 그외 기타 엔진이 들어가는 탈것들, 악기, 전자악기, 골프채 등도 만들고 있으며 제품의 평도 좋습니다.

이처럼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제품을 만드는 문어발 기업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모든 사업들이 연관돼 있습니다.

창립자(이름이 야마하입니다)가 피아노, 오르간 등을 수리하는 악기수리점을 하다가 건반 악기를 만들게 되었고, 피아노를 만들다 보니 소리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고, 점차 기타, 트럼펫, 바이올린, 드럼 같은 다른 악기들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전자 악기의 시대가 오자 일렉 기타용 앰프도 만들고, 방송국, 녹음실용 장비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헥헥 참 많기도 하네요... 

 

모터사이클의 경우는 피아노를 만들며 습득한 목공 기술로 전투기 프로펠러를 만들고, 프로펠러를 만들다 보니 엔진도 만들게 되었고, 2차 대전이 끝난 후 엔진 기술을 이용해 모터사이클을 만들게 되었다네요. 

각설하고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제품을 만들고 있는 야마하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오디오입니다.

사실 홈시어터로서 야마하는 잘 알려져있지만 하이파이 오디오는 그렇지 않습니다.

AV리시버는 데논과 함께 야마하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뽑히고, 사운드바도 평이 좋습니다.

그런데 하이파이 오디오에서 야마하를 거론하면

'적당히 가성비 좋은 콤포넌트 만드는 회사 아냐?'라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야마하 홈페이지에 가면 정말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헤드폰에 사운드바, 미니 콤포넌트, 스마트 스피커...

하이파이 시스템의 경우 제가 리뷰하는 A-S2100 그 위의 상위 기종이 2개나 더 있습니다.

 


야마하의 NS-5000같은 플래그십 스피커의 경우 가격이 2천만 원이나 하는 제품이지만, 소리의 품질은 2, 3배 비싼 유럽산 스피커와 맞먹는다고 할 정도로 좋다고 합니다. 플래그십 앰프 C-5000(프리앰프), M-5000(파워앰프)나 A-Sxxxx 시리즈도 유일한 단점이 브랜드라는 말을 할 정도로 평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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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지난 2021년 2월 야마하 A-S2100 앰프를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사실 최신작인 S1200을 사려고 했는데 중고장터에 S2100이 괜찮은 가격에 나와서 얼떨결에 구입을 했습니다. A-S 시리즈는 A-Sx000으로 시작해 A-Sx100. A-Sx200 시리즈로 거듭났습니다. 이 앰프의 상징 같은 레벨미터는 이 A-Sx100시리즈 부터 달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버전인 A-S1000은 비슷하게 생겼으나 레벨미터는 없습니다.


같은 시리즈의 하위 모델인 S1100과 비교하면 외관은 동일합니다만,

 

포노단자의 MM/MC카트리지 변환 스위치가 앞 패널에 위치하고(S1100은 뒷 패널에 위치),

내부 선재, 발판, XLR단자 유무가 다르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같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큰 차이가 없으니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1100이나 1200도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https://youtu.be/Q75A5psyGbA

A-S2100의 첫인상은 '레트로'입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레벨미터가 어릴적 삼촌방에서 만지작 거리던 '전축'을 떠올리게 합니다. A-S2100는 그 복고풍이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w64oaFZBPw


D클래스 앰프가 대세가 되었고 DAC 내장이 기본인 세상에서 뭔가 옛것의 추억, 70~80년대를 청소년, 청년으로 보낸 이들에게 향수를 자극합니다. 제 얘기입니다.

이 레벨미터는 A-S2100이 아날로그 앰프라는 아이덴티티에 일조합니다. 사실 이 앰프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은 것 중 레벨미터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레벨미터가 음악에 따라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물론 레벨미터가 움직이는 게 싫으면 끌 수도 있습니다) 상위 기종인 A-S3000은 앰프 사이즈가 커지면서 레벨미터 크기도 커졌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야마하의 피아노는 유명합니다. 그 피아노를 만드는 노하우로 옆면은 피아노 마감으로 돼 있는데. 매우 훌륭합니다. 자사의 그랜드 피아노와 동일한 수준으로 처리했다고 합니다. 군더더기 같은 선도 없고 필요한 스위치만 위치하고 다른 디자인적 요소는 그닥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면은 정말 두꺼운 철판을 가공해서 레벨미터와 스위치 노브를 위한 구멍만 내었고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https://youtu.be/CpAy4_5jEoI

전원 레버를 딸깍하고 올리면 레벨미터에 불이 들어오며 따다닥 하는 릴레이 붙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원을 켜는 행위가 앰프라는 생물에 전기라는 숨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이 듭니다. 

 

https://youtu.be/xlEYWuDmCds

모든 스위치와 노브는 금속 재질입니다. 만져보면 알루미늄 같습니다. 이 스위치들을 보면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좀 투박하게 보인다고나할까요? 정말 레트로하게 생긴 볼륨 노브는 눈금이 음각으로만 표시되어 있어 어두운 밤이나 눈금이 안 보이는 게 단점입니다.

 

https://youtu.be/j0ErtfPVZoE

 

앰프에서 제일 중요한 소리. A-S2100은 사람들이 내추럴 사운드라고 많이 표현 합니다. 혹은 클린 앤 클리어.

 

마란츠는 따뜻하다고 하죠. 그리고 야마하는 차갑다.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관을 보면 마란츠는 샴페인 빛, 야마하는 금속 날것의 은색. 이 외관이 그런 톤의 온도의 선입견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들어본 A-S2100은 차갑지 않습니다. 보통 따뜻하다고 많이 표현하는 진공관 사운드랑은 전혀 다른 소리지만 차갑지 않고 깔끔하게 필요한 곳에 소리를 내는 그런 앰프라고 생각합니다. 

 

소리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만 얘기하겠습니다. 글로 음질을 제대로 표현할 수 도 없고, 오디오 기기에 대한 완벽한 비교 청취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영상기기의 경우 동시에 두 기기를 보며 화질 체크를 할 수 있지만 오디오 기기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틀어놓고 뭐가 좋은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음악은 사람의 귀를 통해 뇌에서 해석을 하는데 이게 들을때마다, 컨디션에 따라 들리는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오디오 잡지에서 얘기하는 기기의 감상평을 저는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공간이 다르고, 스피커가 다른데 어떻게 그 앰프의 소리가 이렇다 저렇다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아무것도 적지 않을 수는 없기에 몇자 적자면 전반적으로 매우 매끈하고, 부족함 없이 어떤 스피커라도 울릴 수 있는 힘이 있고 고역, 저역이 과장되지 않은 전반적으로 충실한 음을 만들어낸다고할까요?

하이파이 앰프 전체를 놓고 봤을때 300만 원대의 A-S2100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제 오디오에 막 입문한 사람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닙니다. 올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A-S2100과 스피커만 가지고 있다고 음악을 들을 수 없습니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든, cdp든, 최소 3.5mm잭이 달린 스마트폰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D클래스 앰프가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고 있고 중국산 앰프가 무섭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모든 제품들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저가의 제품을 구입하더라도 옛날에 나온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습니다. 저렴한 D클래스의 중국산 앰프도 소리가 좋은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앰프, 특히 A-S2100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거실에 한자리 차지합니다. 다른 AB클래스 앰프도 비슷한 크기죠. 제 거실에서 A-S2100은 매우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약합니다.

조명을 끄고 오디오만 구동시켜 놓은 채 작은 볼륨으로 한밤의 음악감상. 음악에 맞춰 레벨미터가 춤추는 모습을 보면 음악과 함께 몽환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킨토시의 녹색 레벨미터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제 취향으로 은은한 노란 불의 이게 더 좋네요.

https://youtu.be/s_cWPZlgBq0

 

무시할 수 없는 레트로 디자인의 빼어난 모습, 그에 걸맞은 단정한 만듦새, 충실한 재생능력. 이것이 야마하 A-S21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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