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극도자 절제술을 앞두고 검색엔진에서 검색을 해보니 후기가 별로 없어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고대안암병원에서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은 후기를 올려봅니다.
이 부분이 필요 없으시면 바로 후기(2)를 읽으시면 됩니다.
- 최초 발병
한 20년 전에 심방조동(가만히 쉬는데도 심박이 치솟는 증상)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실제 증상이 생겼을 때 찍은 심전도가 없어 병원 교수에게 증상만 얘기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발작성으로 온 거라 증상이 어느 순간 왔다가 그냥 사라집니다.
그렇게 한 십몇 년을 생활하다 5년 전쯤부터 다시 심장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이 가끔 찾아왔습니다. 저는 항상 증상이 있는 편이 아니라 발작성이라 잘 생활하다가도 어느 순간 심박이 엇박으로 뛰고, 어떤 날은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심박이 180, 심할 때는 220까지도 올라가는 날이 있었습니다.
이거 큰일이다 싶어 병원을 알아봤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 청량리에 '노태호 바오로 내과'라고 심장학회장도 하셨던 바오로 병원의 노태호 교수가 개업을 한 의원이 있었습니다.
저는 앞에도 얘기했지만 발작성이라 막상 의사를 만나도 증상이 없을 때가 많아 말로만 설명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애플워치로 심전도 찍어 놓은 데이터가 있어 심한 날 찍은 차트 몇 개를 들고 갔습니다.
보통 심전도라고 하면 12유도 심전도인데 애플워치는 1유도 입니다. 정확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현재 부정맥이 있다는 정도는 기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록용으로 많이 활용했습니다.
의사도 보더니 잘 했다며 증상 있을 때마다 찍어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부정맥이 찾아오더라도 병원이 문 닫은 늦은 오후에 발병하면 다음날 보통 증상이 사라진 후인 경우가 많아 의사가 홀터 검사기를 권유했습니다. 장비를 목에 걸고 몸 3, 4곳에 패치를 부착해 24시간 이상 심전도를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제가 발작성인지라 홀터기에 기록이 하나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간혹 기록이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의사는 약을 쓸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처방을 안 해주시더군요. 약이 몸에 많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인지...
3년 전 쯤인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뜁니다. 심박을 재보니 분당 220이 나옵니다. 30분이 지나도 마찬가지라 이거 좀 안 되겠다 싶어 집 근처 2차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갔더니 진료 볼 의사가 없다며 다른 데로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진료는 안 받아도 되니까 증상이 사라지기 전에 심전도만 좀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것도 안된다고 해서 제가 발작성이라 증상 있을 때 찍어야 되는데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몇 번이나 사정해 겨우 심전도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없다던 의사가 갑자기 나타나(?) 진료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꽂고, 이런저런 약을 맞았더니 증상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몇 시간 뒤 퇴원.
응급실에서 심전도 찍은 걸 가지고 노태호 내과에 갔더니 부정맥이 확실히 왔네... 하시더니 또 홀터기 검사... 전날처럼 또 부정맥이 올 수 있으니 응급약 2번 먹을 분량을 처방 처방해 줬습니다. 여기서 약 처음으로 처방받았습니다.
역시나 홀터기 검사에는 아무것도 안 나옴. 또 약을 처방할까 말까... 고민하다 안 하십니다.
몇 달 뒤 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이 심하게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갔습니다. 다른 곳에서 심전도 찍어서 노태호 내과 가져가봤자 약 처방도 안 해주고, 또 홀터기 검사만 하자고 할게 뻔히 보이더군요. 그럴 바에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교수에게 진료받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병원 선택은 그냥 가까워서 고대안암병원으로 갔는데 알고 보니 여기가 부정맥 시술로 좀 유명하다더군요.
응급실 가서 누워있는데 민망하게도 증상이 한 30분 지나니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증상도 사라졌고 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은데 응급실 의사가 안 보내주더군요. 증상이 또 나올 수 있으니 몇 시간 더 있어보자고 해서 4시간 있다 겨우 퇴원했습니다. 그래도 응급실에서 부정맥이 확인 되어서 바로 다음날 교수 진료를 잡아주더군요.
고대안암병원 진료 날 예전에 부정맥 심했던 애플워치로 찍은 심전도를 가져갔습니다. 교수가 예전 2차병원 응급실에서 찍은 심전도와 애플워치 데이터를 보더니 잘했다며 앞으로도 부정맥 있을 때 찍어서 가져오라고 합니다. 프린트해 간 심전도 데이터를 한번 쓱 보고 저한테 다시 돌려주는 게 아니고 간호사에게 주며 이것도 입력해 놓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약도 처방해주더군요. 썬리듬이라는 부정맥 약을 처방해 줬습니다.
썬리듬을 먹은 뒤로 신세계를 봤다고 할까요? 가끔씩 있던 부정맥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잘 지내다가 약 먹기 시작한 뒤로 6개월이 지난 어느날, 이날 오전부터 심장 뛰는 게 좀 심상찮다 싶더니 저녁에 빈맥과 심방세동이 갑자기 심해져서 고대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썬리듬 먹은 이후 이런 증상은 처음이었습니다. 식염수만 맞고 한참 누워 있다가 밤 10시쯤 되니 또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보통 진료를 바로 잡아주는데 2주 뒤 원래 예약된 진료가 있으니 그때 담당교수 만나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퇴원했습니다.
2주 뒤 담당 교수를 만났더니 약을 먹어도 안 된다며 이제 약으로 할 수 있는 건 없고 전극도자 절제술 시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교수가 해야 된다고 하니 해야죠...
시술 제일 빠른 날이 3개월 뒤라서 그때로 예약을 잡고 약을 처방 받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전극도자 절제술이란?
심장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데 이 전기로 심장 근육을 움직여 심장이 뛰게 됩니다. 하지만 부정맥 환자는 이 전기가 발생하는 장소가 여러 군데라서 쓸데없는 전기 신호를 발생시켜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 것입니다.
사타구니의 대퇴정맥을 통해 카테터를 심장 내에 위치시켜 부정맥이 유발되는 곳을 고주파로 지져 전기를 생성하는 세포를 죽이는 시술입니다. 시술 전에 조영제를 맞아 CT를 촬영해 심장을 3차원 모형으로 만들어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카테터 삽입 후 엑스레이 촬영 만으로 정확한 부위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시술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평균 4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시술 부위 정맥이 아주 두꺼운 부분이라 시술 후 지혈을 위해 약 4시간 정도 시술 부위에 모래주머니 같은 걸 올려서 압박해 지혈합니다.
심방세동은 약물 치료가 가능하나, 저 처럼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는 시술입니다. 부정맥이 계속되면 심부전, 뇌경색 등 심방세동 관련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심방세동의 성공률은 60~80%, 재발률 20~30% 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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