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들기 전에는 그렇게 더워서 침낭을 걷어차고 잤는데 아침엔 역시나 쌀쌀했다. 새벽에 일찍 깨버렸는데 갑갑해서 더는 누워있을 수 없었다. 이른 새벽이었는데도 아직 여름이라 그런지 날은 밝았다. 협재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고는 씻고 라면을 끓였다. 이 버너로 말 할 것 같으면 나랑 나이가 비슷한 녀석으로 아버지께서 매우 애지중지하시던 물건이었다. 덕분에 내 어릴 적 캠핑갔을 때 사진을 보면 이 녀석이 항상 등장했다. 서울에서 녹을 제대로 벗겨오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불붙는 거 확인하고 가스 안 새는 것만 확인하고 가져왔다. 구입한지 약 35년, 안 쓴지 15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무리 없이 작동되는 걸 보면 신기하다. 화력이 달라서 그런지, 냄비가 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라면 맛이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