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Camino de santiago

#25 우연 그리고 행운(Foncebadon-Ponferrada)

beercat 2013. 8. 12. 21:11

-5.18(23) Foncebadon -> Ponferrada(29km)

07:30 ~ 15:00

 

 

 

 

 

 

알베르게에서 준비한 빵과 커피를 마시고 길을 나섰다. 안개가 너무 심해서 2미터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걸은지 30분쯤 지나자 그 유명한 철십자가La Cruz de Ferro가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돌, 의미있는 물건들을 여기 놓고간다. 여기에 내려놓음으로서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들도 놓고 간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 없었기에 얼마전 지나가다 주운 예쁜 돌을 하나 내려놓고 간다. 미시로랑 처음 만났을때 그가 일본집 마당에 있던 돌을 가져와서 보여줬는데 걷기 시작한지 23일째인 오늘 비로소 그 돌을 내려놓았다.

 

 

 

 

 

 

철십자가 뒤로 30분정도 더 걸으니 그 유명한 알베르게 '만하린Manjarin'이 나왔다. 실제로보니 느낌이 너무 괜찮았다. 여기서 잘껄 그랬나 하는 후회도. 하지만 어제 잤던 도무스데이 알베르게도 좋았다. 여행길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취할수는 없는법.

 

 

 

 

 

 

극심한 안개는 철십자가 이후로 걷혀 장관이 펼쳐졌다. 역시 고지대가 풍경은 좋다.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Buena Vista!

 

 

 

 

 

 

하지만 오늘 내내 내리막길이라 힘들었다. 내리막길은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많이 간다. 카미노 걷기 시작할때부터 무릎이 안좋았던 나는 혹시나 도질까봐 조심해서 등산스틱에 의지해서 내려왔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옆에서 소리를 지르길래 '야호'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느낌이 이상해 달려가봤더니 어떤 사람이 피를 흘리며 누워있고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내리막을 내려오다 앞으로 고꾸라져 굴러서 비명소리와 살려달라는 소리를 낸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쩔줄을 모르고 괜찮냐는 말만 계속해서 하고 다친 사람을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뒤따라오던 사람이 비키라고 소리치며 즉시 바로 눕히고는 피가나는 머리랑 코를 만져보고 몇가지 테스트를 했다. 그는 의사였다. 의사가 와서 마음이 안정되었는지 다친 사람도 이내 안정을 되찾았고 의사도 특별히 문제는 없어보인다고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부축을 받으며 길을 내려갔다. 사고자가 생겼는데 바로뒤에 의사가 뒤따라 오고 있었다니 카미노의 행운이다.

 

 

 

 

 

 

폰페라다에 도착해서 보니 여기는 4인 1실의 구조로 되어있었다. 나, 현우, 미시로 이렇게 3명이서 한 방을 쓰게되니 이건 정말 MT 온 기분이었다. 여태껏 호텔에서 자거나 수십명이 한 곳에서 잤는데 오늘은 정말 색다르다. 그리고 알베르게 입구에서 일본인 아주머니 3분을 만났는데 그 중 한분은 재일동포였다. 우리를 보더니 아들 같다며 용돈(!)을 주시며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고 하신다. 한사코 거부했지만 되돌려받으실 마음은 전혀없다. 우리는 그 돈으로 와인과 돼지고기를 샀다. 오늘 또 수육을 삶기로 한다. 나중에 한국인 J와 S누님 프랑스인 쟝과 같이 저녁을 함께 먹었다. 다들 먹을 식량을 합치니 이건 하루종일 먹을 양이 나왔다. 와인은 5병에 돼지고기가 2킬로 가까이, 샐러드, 수박. 정말 파티였다.

 

 

 

 

 

 

 

S누님이 샐러드를 만들었고 쟝이 파스타를, 내가 수육을 삶았다. 튜브고추장에 편마늘과 양파를 썰어 수육을 함께 먹으니 이건 천국이 따로 없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와인 5명을 어떻게 먹냐며 걱정했는데 와인 5병은 순식간에 비었고 모자란 사람들은 캔맥주를 마셨다. 풍족한 저녁 파티를 마치니 시간은 9시반. 배에 음식이 가득차 빵빵하지만 조금 있으면 또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내일을 위해서.

 

 

 

 

사용경비

카페 1.5

점심 5.4

헌금 5

맥주 3.5

총 14.4 /누적 624.57유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