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21) San matin -> Astorga(25km)
<스페인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다리 오르비고>
<순례자들을 위한 휴게소,음식포장마차 만남. 원하는 만큼 먹고 다음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면 된다>
<한글 발견>
<어떤 할아버지께서 신의 손길로 완벽한 구형을 깎고 계셨다>
Astorga도 상당히 큰 도시였다. 어쩌다 보니 시에스타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알베르게 가다 지나친 가게에서 빠에야 사진을 본 후 그냥 빠에야에 꽂혔다. 계속 라면에, 보카디요에, 고기만 먹었더니 쌀밥이 절실했다. 알베르게에 짐을 내려놓고 가보았더니 다행히 시에스타에도 영업해서 거기서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역시나 시에스타라 그런지 주방장은 밖에 나와서 놀고 있고 가게 주인이 빠에야를 만들고 있었다. 좀 불안한 마음으로 먹어봤는데 맛은 훌륭했다. 주방장에게 제대로 배운듯. 내가 맥주 주문하면 muy bien! 빠에야 믹스타 주문하면 muy bien! 비노 블랑꼬 주문하면 muy bien! muy bien(very well)을 너무나 좋아하는 주인이었다.
배부르게 먹고는 돌아와서 빨래를 하고 뒤뜰에서 가이드북을 읽고 있는데 붙임성 좋은 영국인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이름은 기억나질 않는데 아무튼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여자들 대단하다고 칭찬 연발이었다. 잘 걷고, 영어 잘하고, 안마도 해주고 등등등.
빨래도 끝내고 별로 피곤하지도 않아서 미시로와 동네 구경을 나섰다. 광장에서 사람들끼리 모여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Rob을 만났는데 '너 그 재패니즈 가이랑 만났구나'라며 인사를 건네왔다. 지도에 보니 옛 로마 목욕탕 유적이 남아있다기에 가봤는데 분명히 지도상으로는 여기가 맞는데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유적을 없애지는 않았을 테고… 하며 생각하는데 건물 구조가 특이하다. 1.5층부터 건물이 시작하는데 0.5층 아래로 쇠창살이 되어있기에 들여다봤더니 목욕탕 유적 위에 건물을 지어놨다. 조금 어이도 없고 실망도 하고… 그래서 알베르게 근처에 있던 가우디의 건물로 향했다. 주교의 궁이라고 하는 이 건물은 현재 카미노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보던 기상천외한 건물은 아니지만, 박물관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박물관을 보고 난 후 미시로가 Astorga에서는 '코시도 마라가도'가 유명하다고 해서 조금 비싸더라도 그걸 먹을까 싶었는데 미쉐린에서 별 받은 가게가 문을 닫았고 메뉴에 나오는 음식이 전부 고기라는 얘기에 별로 당기지 않아서 그냥 주방에서 직업 해먹기로 했다. 마트에 사러 가는데 저 멀리서 정말 힘들게 걷고 있는 동양인 여자를 만났다. 가까이서 보니 일본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나를 보더니 대뜸 '한국분이시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바로 앞에 알베르게가 있다고 얘기를 해 주었더니 해질 때까지 걸을 거라며 헤어졌다. 지금도 힘들어 보이는데 얼마나 더 가려는 건지. 좀 불안해 보였다.
와인사고 조개, 넓은 파스타 면을 사서 봉골레 스타일로 칼국수를 끓였더니 미시로도 매우 좋아했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 편을 튀기다가 거기에 양파, 조개 넣어서 볶고, 거기에 물을 넣어서 끓이다(물 대신 화이트 와인을 넣으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레드와인 한 병만 샀기에) 면 넣어서 삶아 먹었다. 옆에서는 올리브 오일에 생쌀을 넣고 볶고 있었다. 뭐하냐고 물었더니 샐러드 만든다고 한다. 무슨 샐러드인지는 나도 끝까지 확인은 못했다. 아마 빠에야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파스타를 다 먹고 남은 와인을 마시는데 독일에서 온 스테판과 홀란드의 르네떼가 합류했다. 서로 남은 와인을 나눠 마시는데 주변에서 남는 와인을 모조리 우리에게 몰아줬다. 덕분에 술이 약한 미시로는 식당의자에 뻗어 자서 겨우 데리고 침대에 눕혔다.
사용경비
아침 2.5
점심 11.5
알베르게 8
카미노 박물관 5? 기억 잘 안남
저녁 4
식료품 1.5
총 32.5 / 누적 59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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