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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24

#6 나 자신과의 싸움.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Pamplona-Puente La Reina)

4.29(4) Pamplona -> Puente La Reina(24km)07:00 ~ 14:00 어젯밤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어두컴컴한 새벽 도심을 걷는 기분도 새롭다. 팜플로냐 시내는 작아서 한 시간 남짓 걸은 것 같은데 시내를 빠져나와 시 외곽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길에 나바라대학도 보였다(팜플로냐는 나바라 주에 있다).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유채꽃이었다. 유채꽃 많다는 제주도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다. 멀리 오늘 넘어야 할 페르돈 언덕이 보였는데 언덕이 아니라 산이었다. 다시 몸이 슬슬 피곤해지며 내가 이걸 넘을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서 이걸 넘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넘긴 넘었는데 그냥 걷기 싫다는 생각이 하루종일 내 머릿속을 지..

#5 버스를 타고 팜플로냐까지(Zubiri-Pamplona)

-4.28(3) Zubiri -> Pamplona(22km)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8시쯤 출발해서 라라소아냐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비가 많이 와 작은 계곡에 돌다리가 유실돼서 할아버지 한 분이 건너질 못하고 있어 내가 머리크기만 한 돌을 가져와 디딜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걸로 뒤에 오는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신발 젖지 않게 건너고. 라라소아냐에서 잘 것이냐 버스를 탈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름 아침부터 열 만한 숙박업소도 없었고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순례자를 만나 카페가 어딨느냐고 물었더니 엉뚱하게 커피 자판기를 알려준다. 카페를 찾다 라라소아냐 알베르게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무리를 우연히 만났다. 이들도 나처럼 다리에 문제가 생겨..

[카미노 데 산티아고] #0 여행의 시작. Camino de Santiago

4.24 일을 그만둔 지 딱 한 달째 되는 오늘, 난 여행을 떠난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날짜를 세어보니 일주일은 고향 부산에 가 있었고, 일주일은 제주도에, 나머지 일주일은 알바를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일주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일을 그만두며 나 자신과 약속했던 것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운동도 안 했고 영어공부도 안 해서 돈만 날렸으며 그 많이 사 놓은 책 하나도 읽지 않았다. 산티아고를 다녀오면 이런 나와 작별을 할 수 있을까? 변화된 내가 되어 40일 후 한국으로 돌아오길 고대한다. 비행기에 올라타고는 나처럼 산티아고에 가는 사람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카미노 카페에서 나랑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각선에 앉아있는 사람이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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