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생장은 아주 분위기 좋은 도시였다. 자연스레 우거진 수풀에 꽃들이 만발해 있으며 그냥 눈에 닿는 모든 것이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파리의 우중충한 느낌이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역에 내리자마자 배낭을 멘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느낌을 더 느끼고 싶어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여기서 한국인 B부자를 처음 만났다. 아들이 군대에 가서 그 전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카미노를 걸으러 왔다. 정말 멋진 아버지였다.
순례자 센터에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자 여권. 즉 크레덴시알을 받으려고 서 있었다. 발급해주는 분들은 전부 카미노를 걸은 적이 있는 이 지역의 자원봉사자라고 한다. 역시 영어가 안 되지만 손짓 발짓으로 크레덴시알을 발급받고 구석에서 헌금하고 순례자들의 상징 조가비를 골랐다. 재미있게도 기차에서 만난 일본인 두 사람은 직접 먹은 조가비를 일본에서 달고 왔다. 생긴 것도 스페인의 것과 똑같다. 역에 내려 구경하면서 천천히 왔더니 공립 알베르게는 이미 만석이라 사설 알베르게를 소개받았다. 일본인들은 오늘 호텔에서 묵을 거라고 해서 순례자 센터 앞에서 6:30에 만나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알베르게는 매우 낡은 건물에 있었는데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순례자 센터 위에 보이는 성을 보러갔다. 이 성은 UNESCO에도 등재된 유서깊은 성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생장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내일 걸을 피레네 산맥도 보인다.
시간이 되어 순례자 센터로 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일본인들이 오지않아 우리끼리 저녁을 먹으러 갔다. 가는 도중 용품가게가 있어 잠시 들렀는데 마침 여기에 카미노의 공포대상 베드버그(빈대) 퇴치용 스프레이를 팔아서 비싸지만 구입했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피자가게가 보여 먹기로 했는데 영어가 안 통해 주문까지 무지 애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가는데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후쿠다상과 미시로를 발견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다 시간을 깜빡했다며 미안해했다. 내일부터 걷기 시작할 테니 내일 보자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는 가이드북을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사용경비
크레덴시알 2
도네이션 1
알베르게 15
베드벅 스프레이 14.5
저녁 8
총 40.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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