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Camino de santiago

#1 파리에서 생장으로(Paris-st.Jean pied de port)

beercat 2013. 1. 30. 23:58

4/25 Paris -> St.jean pied de port

 

지난밤 잠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내가 일찍 잠든 것도 있지만 ikea 이층침대가 너무 삐걱댔다. 결국, 새벽에 씻는 사람 때문에 2시쯤 잠이 깨고 다시 잠들었는데 4시쯤 대출전화(국제전화일 텐데 참...)에 다시 잠이 깼다. 뜬눈으로 지새우다 6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거실에 나왔더니 민박 주인은 밥을 하고 있었고 아주머니 몇 분이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알고 보니 이분들도 카미노에 가실 분들이었는데 파리에서 관광 며칠 더 하다 가실 거라고 한다. 한국의 집에 전화한 후에 아침을 먹고 몽파르나스 역으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몽파르나스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 했는데 민박 주인이 가깝다고 해서 걸었더니 정말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리의 새벽은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쓰레기 청소차, 공사 차량, 출근하는 사람들. 하지만 새벽공기는 서울보다 더 차가웠다. 이상기후 때문이리라. 몽파르나스 역은 찾기 쉬웠다. 저 멀리 보이는 몽파르나스 타워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 역 앞에서 살짝 에펠탑이 보였다. 안개에 가려 뿌연 저 멀리 보였지만 뭔가 신비로운 느낌. 카미노를 다녀와서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겠지.

 

 

 

 

 

역 안은 뜻밖에 작고 깔끔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노숙자가 와서 앉고, 비둘기떼가 와서 이곳저곳을 마구 날아다녔다. 처음 기차 타는 거라 일찍 왔는데 너무 일찍 와 버렸다. 그래서 알림판에 내가 타야 할 기차가 표시가 안 되어있었다. 좀 불안해 직원한테 물어보니 역시나 영어를 못한다. 네이버 회화 앱을 동원해 어떻게 설명은 했는데 반대로 내가 알아듣지를 못하니 이거 원... 그래도 그 직원이 계속 알림판을 손으로 가리키니 그것만 주시하기로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니 내가 탈 기차가 표시되었고(바욘으로 가는) 플랫폼 1번이라고 가르켰다.

 

어랏 그런데 좀 이상하다? 1번 플랫폼으로 갔는데 내가 탈 기차가 아닌 엉뚱한 기차가 있다. 당황하다 다른 표지판을 발견해 좀 더 가보니 재미있게도 같은 기차인데 앞쪽은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 뒤쪽은 바욘으로 가는 기차가 붙어있었다. 기차 길이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같이 가다가 중간에 분리하는 것 같았다.

 

내 자리 옆에는 이미 프랑스 사람 한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눈인사를 하고 앉았다. 그 사람은 paul의 빵을 사 와서 먹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파리 가서 여길 한 번도 안 들렀네. 좀 더 있었더니 어제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이하 A누나)을 기차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곤 곧 딱 봐도 카미노 간다고 온몸에 쓰여있는 동양인 두 명이 들어왔다. 일본 사람이었다.

 

한명은 60대의 후쿠다상.

 

한명은 30대의 미시로군.

이 사람들을 여기서 만나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하며 산티아고까지 함께 걸었다.

 

어설프게나마 일본어를 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생장으로 가는 내내 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갔다. 이 두 사람은 부자지간은 아니고 둘다 히로시마에 사는데 스페인어학원에서 만나서 같이 왔다고 한다. 마침, 내 옆자리 사람이 내리고 빈자리가 되자 미시로군이 내 옆자리로 와서 어디서 사니, 왜 왔니, 고향에서는 뭘 했니 이것저것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바욘까지 가는 기차표와 후쿠다상이 준 명함>

 

<특이하게 일본에서 이미 크레덴시알을 받아왔다>

 

<한 살 차이라 금세 친해진 미시로. 출발 전 여자친구가 만들어 줬다는 거북이를 자랑하고 있다>

 

5시간 정도 지나자 바욘에 도착했다. 여기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바욘은 파리보다 훨씬 아름다운 도시였다. 역시 햇살이 다르다. 한국이 다르고 미국이 다르고 프랑스가 다르고.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니 더워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바욘이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관광도시라고 했다. 이런 줄 알았으면 바욘에서 내려 하루쯤 관광하고 생장으로 가도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장으로 가는 기차는 단 두 량짜리 매우 단출한 기차였다. 작은 도시라 그렇게 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렇겠지. 승객의 대부분이 카미노를 걷기 위해 오는 사람들 같았다.

<맞은 편에 걷기 시작한 지 이틀째에 알게 된 Ryo가 앉아있다. 사진보다 우연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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