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Camino de santiago

#11 나헤라에서 산토 도밍고 칼사다까지(Najera-st.Domingo de calzada)

beercat 2013. 2. 9. 16:01

-5.04(9) Najera ~ st.domingo de calzada(22km)

 

깨끗하고 넓은 데서 잤더니 아침이 개운하다. 산초3세 알베르게는 정말 강추. 8인실에 3명밖에 없어 모두 침대 1층에서 잤고 코고는 사람도 없었다. 같은 방에 있던 덩치 좋은 독일인 바비가 생긴 건 코 엄청 골게 생겼는데 다행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기도 코 고는 사람이 없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짐을 챙겨서 아침을 먹으려니 이런, 식당 문이 잠겨있다. 별수 없이 다시 방으로 들어가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오늘 역시 아침의 풍경은 예술이다. 걸어 다닐 수가 없다. 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이 가벼워서인지 한 시간 만에 아소프라에 도착해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다 Y를 만나 이후 함께 걸었다.

 

 

 

걷다가 마을 하나를 만났는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근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그 마을에서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좀비에 습격당한 마을이랄까? 단독주택, 빌라, 상가 등이 있었음에도 사람 한 명, 강아지 하나 만나보질 못했다. 고스트타운같았다. 물론 마을 주민은 밭일하러 간 거겠지만 너무나 멀쩡한 마을에 사람 하나 없으니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기는 정말 지형이 특이한 게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평지인데 높이 5~10미터 정도의 언덕이 길게 솟아있다. 사실 언덕이라 할 수도 없고 둔덕을 쌓아놓은 것 같은데 이게 인위적으로 만든 건 전혀 아닌 것 같고 뭔가 신기하다. 낮은 언덕이 평지에 산맥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인터넷을 위해 일부러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골라 점심에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때웠다. 웃긴 게 스페인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매우 복잡하게 해 놓았고 작은 쪽지에 프린트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kjhhh23gghGHHGHh324jkJhvVHJJh' 이런 식으로 20자리가 넘어 대문자 소문자 숫자까지 있어 한자리 잘못 쓰면 다시 처음부터 써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좀 쉬다 5시쯤 후쿠다상을 만나 성당에 갔다. 이 마을에는 유명한 전설 하나가 있다. 순례길에 오른 가족이 있었는데 그 가족의 아들을 본 여관의 딸이 반해 구애했으나 독실한 신자였던 아들은 무시했고 화가 난 여관집 딸은 금술잔을 몰래 아들의 가방에 넣어 술잔을 훔쳤다고 신고를 했다. 결국, 아들은 체포되고 교수형에 처했다. 그리고 그 가족은 계속해서 순례길을 올랐고 산티아고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교수대에 살아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산토도밍고 성인이 어깨와 팔로 밧줄에 매달린 아들을 받히고 있었던 것이다. 재판관의 집으로 찾아가 아들을 내려달라고 했더니 재판관이 "당신 아들이 살아있으면 저녁으로 구운 이 닭고기도 살아있겠네!" 라고 대꾸하자 갑자기 닭고기가 살아서 일어나 큰 소리로 울었다. 재판관은 깜짝 놀라 아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그래서 산토도밍고의 성당에는 성인을 기리기 위해서 아직도 살아있는 닭을 매일 넣어준다고 한다.   

 

<인기많은 산토도밍고 성인의 패널>

 

 

 

<사진의 빛나는 부분에 닭이 들어가 있다>

 

 Y가 일본 사람 한 명 봤다며 리나를 데려왔다. 다른 알베르게에 있던 Y누나를 데려와 5명이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냉동 볶음밥에 한국식으로 수육을 만들고, 남은 국물은 육수 삼아 마셨다. 와인을 좋아하는 후쿠다상이 좋은 와인을 두 병이나 샀다. 행복한 저녁이다. 수육에 슬라이스한 마늘을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처음 본 리나도 예쁘고 와인도 맛있고 모든 게 좋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 무슨 행사를 해서 알베르게 앞 광장에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린다. 하지만 그게 씨끄럽지 않고 아름답게 들렸다. 음악소리를 듣다 자연스레 잠이 들었다.

 

<예의바른 Y는 외국인이지만 어른에게 두손으로 술을 받는다>

 

 

 

사용경비

 

커피 1.2

 

점심 9

 

성당 2.5

 

식료품 5

 

맥주 1.6

 

알베르게 5

 

총 24.3 /누적 227.3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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