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Camino de santiago

#13 벨로라도에서 아헤스(Belorado-Ages)

beercat 2013. 2. 9. 19:58


-5.06(11) Belorado-Ages(30km)



알고 보니 알베르게에서 전날 예약을 받아서 먹는 아침이 어제 우리가 점심때 먹었던 레스토란테가 아니라 저녁을 해 먹었던 그 주방에서 먹는 것이었다. 아침을 예약한 그 인원들이 다 먹고 나서야 우리가 주방을 쓸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아침 출발이 좀 늦어졌다. 하지만 주인 눈치에도 토스트 빵 다 굽고 원래 쪄 먹기로 했던 계란도 12개 모조리 구워 마요네즈랑 케첩 발라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 걸었던 길도 가이드북의 지도와는 달리 아주 평탄한 길이었다. 평범한 길을 평범하게 걷고 있는데 아헤스 도착하기 직전 어떤 아저씨가 차를 밀어달라고 해서 나, Y, H누나 셋이서 밀었다. 차가 안 밀려 차 주인까지 합세해서 차 앞부분을 밀어서 내리막길에 떨구니 차가 비탈길로 주르룩 내려간다. 아저씨는 열심히 뛰어가서 차에 타 시동을 걸고 성공시켰다. 아저씨 하는 폼을 봐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아저씨는 손 한번 흔들어주고 제 갈 길을 갔다.




<문제의 그 자동차>


아헤스도 되게 소박한 마을이었다. 알베르게에 짐을 내려놓고보니 여기는 주방이 없다. 별수 없이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을 예약했다. 웃긴 게 알베르게 주인이 아니라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아들이 숙박계를 적고 계산을 했는데 정말 하기 싫어하는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일을 하고 있었고 옆에서 그 아버지는 아들에서 뭐라뭐라 큰소리를 치며 서로 싸웠다. 물론 아들은 순례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했지만. 아버지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아들에게 일을 시킨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느긋하게 오후를 만끽하며 맥주를 마시며 책도 읽고 일기도 쓰는데 주인이 서비스로 땅콩 삶은 것도 주고 커피오루호(orujo:포도 껍질을 발효시켜 증류시킨 전통술)를 주었다. 보드카에 깔루아 섞어 마시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업되어 커피 오루호말고 오리지널로 시켜봤더니 고량주랑 럼을 섞은 듯한 맛이었다. 한국의 소주가 생각나서 좋았다. 소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실 오루호는 옆에서 다른 사람이 마시고 있는 걸 보고 저게 뭐냐고 물어 시킨 것이었는데 주인이 술병을 들어 "이옐로?"라고 하기에 노란색, 옐로우를 말하는 줄 알았고(옆 사람은 노란색 오루호를 마시고 있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투명한 걸 주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이옐로 라고 했더니 얼음만 왕창 넣어준다. 그래서 계속 아니라고 그거 말고 이옐로 이옐로 했더니 주인이 살짝 화가 났다. 알고 보니 이옐로는 Hielo. 얼음을 얘기한 거였다. 이렇게 단어 하나를 배운다. 노란색 오루호는 뭐라고 주문해야 주는 것일까? 


저녁은 훌륭했다. 오징어도 좋았고 생선도 좋았고 송아지고기도 좋았다. 하지만 가게 밖에 붙어 있었던 정체 모를 순대와 같이 생긴 모르시야란 녀석을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정말이지 한국 순대랑 맛이 똑같았다. 내장에 쌀을 넣고 돼지피로 굳힌 것이니 맛이 똑같을 수밖에.  Y가 가지고 있던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환상적.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돼지 내장에 쌀과 피를 넣고 굳힌 것을 튀겨냈다>

 



사용경비

맥주 3.7

알베르게 7

저녁 10

내일아침 3

빨래 2

오루호 6.6

총 31.3 /누적 287.32유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