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8) Logrono ~ Najera(30km)
카미노에서 처음 길을 잃었다. 로그로뇨가 팜플로냐 이후 제일 컸던 도시였는데 도심 속에서는 노란 화살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 화살표가 사라진 곳에서 엉뚱한 곳으로 갔다 되돌아오느라 헤맸더니 급 피곤해졌다. 도시를 벗어나니 강이 나왔는데 많은 사람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낚시를 좀 배우고 싶었는데 주변에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예전 회사에서 MT를 갔을 때 제일 큰 물고기 잡는 사람에게 1만원씩 몰아주기로 내기를 했는데 내가 제일 큰놈을 잡고 제일 많이 잡기도 했었다. 가자미를 줄낚시로 잡았었는데 제일 못 잡은 사람은 0마리. 나는 20마리 가까운 수를 잡았었다. 초겨울 속초에서였다.
조금 쉬려고 벤치에 앉아 있는데 저 멀리서 다람쥐가 다가오더니 점점 나랑 가까워진다. 그러더니 내 옆에 잠시 있다 갔다. 먹을 걸 내놓으라는 의사였을까?
덕분에 잠시 웃다 다시 길을 나선다.
오늘은 하루종일 포도밭을 끼고 걷는다. 이렇게 포도가 많으니 와인이 이렇게 맛있는데 싼가 싶다.
로그로뇨에서 20Km 거리쯤에 있는 벤또사에 도착하니 알베르게에 문을 열지 않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근데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노인 아니면 다리가 아픈 사람들이었다. 왠지 저기 줄 서면 나도 패잔병(?)이 되는듯한 기분이 들어 나헤라까지 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점심은 미리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먹었기에 마을 끝 지점에 있던 가게에서 콜라 한잔을 마시고 발바닥 맛사지를 하고는 다시 출발했다.
걷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커플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걷느라 힘들었지만 이 커플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버틴 것 같다. 나헤라 초입에 도착해서 셋 다 도착했다며 신 났는데 이 커플이 엉뚱한 곳으로 간다. 거기가 아니라고 소리쳤는데 호텔을 예약했다고 하며 나와는 반대 길로 사라졌다. 순간 당황.
이 커플은 산티아고 도착하는 끝까지 잘 걷지도 않고 차를 타고 다니고 숙박은 주로 호텔에서, 다른 순례자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때문에 그닥 좋은 눈길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스파가 스페인의 체인인가? 부산에는 스파쇼핑이라는 백화점도 있었고 슈퍼마켓도 동네마다 꽤 많았었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도 알베르게는 나오지 않고 뜨거운 햇볕에 점점 말라가는데 오아시스와도 같은 풍경의 강이 나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변은 처음인 듯. 다리를 건너고 골목을 좀 더 들어가니 사람들과 카페테리아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Rob을 만났다. 알베르게가 어디 있는지 알려줬는데도 나는 엉뚱한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산쵸3세 알베르게였다.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깨끗하고 좋은 알베르게였다.
성당에 다녀와서 골목길을 돌아다니는데 아까 호텔 간다고 헤어졌던 남아공 커플이랑 다시 만났는데 다른 친구 한 명, 나, 남아공 커플 모두 반갑다고 손 흔들며 서로 가까이 다가오는데 4명 다 다리를 질질 끄는 걸 보니 모두다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인사를 하고 헤어져 저녁과 내일 아침을 사기 위해 식료품 가게를 가다 H누나를 만났다. 누나도 마침 식료품 가게를 찾는다고 해서 같이 장을 봐서는 며칠 전 만났을때 내게 줬던 스파게티 면으로 칼국수를 해먹고 와인도 나름 비싼(5유로)걸 사서 나눠 마셨다. 여기 식당시설도 좋았는데 전기렌지에 코인을 넣어야 작동하는 게 에러였다.
그리고 알콜이 모자르다며 누나가 쏜다고 2차로 바르에 가서 맥주까지 마셨다. 한국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고 서로 만날 일도 없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카미노에서는 누구와도 하나가 된다.
혹시나 싶어 공립알베르게에 가보니 후쿠다상이랑 Y가 하몽에 와인을 마시고 있어 우리도 합류했다. 나도 산초3세에 가지 않았으면 저녁을 같이 먹었을 터. 삼겹살을 구워먹었다고 한다.
사용경비
커피 1.3
음료 2.6
알베르게 8
맥주 6
음식 3.5
총 21.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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