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를 가정에서 즐기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닙니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도 훌륭한 물건이 잔뜩 있지만 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업소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몇천만 원이나 한다던데 가정용이 제대로 된 맛이 나겠어?’ 뭐 이런 생각이었죠. 그리고 가정용이라도 에스프레소 머신은 비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가찌아 그랜’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이 15만 원이라더군요.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가찌아 제품인데 에스프레소 흉내는 내 주지 않을까, 가격도 저렴하니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해서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격 이상으로 정말 잘 쓰고 있습니다. 가격 부담이 없어서 고장나면 버리고 새로 사도 될 정도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부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부품용으로 새로 사는게 더 이득
제품을 받아보니 15만 원이라는 가격이 오히려 비싸다고(?) 느껴질 정도로 제품이 부실했습니다. 싸구려 느낌이 많이 났습니다만 바스켓 하나는 제품 가격에 비해서 매우 훌륭한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1컵, 2컵용으로 바스켓이 2개나 들어 있습니다. 스팀도 가능한데 제가 라떼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성능은 잘 모르겠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에'자도 모르는 사람이 구입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 뒤에 잘 쓰기는 했지만 맛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습니다. 15만 원짜리로 카페에서 파는 커피의 퀄리티를 바라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맛 없는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맛의 차이를 저는 추출의 불균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원두로, 탬핑도 정말 똑같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추출에 편차가 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사용 횟수가 줄어들고 그랜 대신에 드리퍼를 꺼내 들고 드립커피를 내려먹다가 우연히 아브라함 커피 유튜브에서 가찌아 그랜 포타필터를 바텀리스로 개조하는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동영상 링크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추출된 에스프레소가 아래로 떨어져서 두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부분을 스파웃이라고 합니다. 바텀리스는 이 부분을 통째로 들어내서 바스켓에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가 바로 컵으로 떨어지게 해놓은 것입니다. 아래가 뚫려 있다보니 추출 상황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바텀리스로 만들면 몇가지 장점이 있는데요.
- 추출 관찰 가능 - 분쇄도가 고르지 않거나 탬핑이 잘못되어 기울게 탬핑 되었거나 하면 바스켓 바닥에서 고르게 추출 되어야 하는데 한쪽으로 쏠리거나 하는 ‘채널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텀리스는 추출 상황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추출시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 깔끔한 맛 - 아무리 머신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매일 구석구석까지 청소하기는 힘듭니다. 구조적으로 복잡한 부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커피 오일 등이 구석에서 굳어버리는 등 맛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가찌아 그랜의 포타필터에는 가압필터라는게 달려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레마를 만들어 줘서 추출시 크레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뻥 크레마’라고 합니다. 진짜 크레마가 아니라 모양만 크레마라는 거죠. 아무튼 이것 때문인지 늘 추출이 불균일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과감하게 제거하겠습니다.
가압필터 부품을 분해해 보니 커피가 이염되어 본래의 색을 완전히 잃어버렸네요. 제거해 버리구요. 집에 있는 쇠톱으로 스파웃도 잘라버렸습니다.
사실 저 빨갛게 칠한 부분도 잘라내야 하지만 집에 공구가 없어서 잘라내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사용해도 추출되는 에스프레소가 컵으로 바로 담기더군요. 대신 추출되는 모습 관찰은 불가능 합니다. 줄톱은 1만 원이면 구입 가능하지만 저 금속 부분을 잘라내려면 좀 더 전문적인 공구가 필요하니까 여기까지만 하셔도 됩니다.
가압필터를 제거하고 처음 추출을 했습니다. 무슨 홍수 난 것 처럼 콸콸 쏟아지더군요. 가압필터가 없기 때문에 압력 받는 부분이 사라져서 기존대로 원두 분쇄도를 가져가면 안 되겠더군요. 수차례 조절 후에 17g 원두로 20초 정도 추출해서 250ml 물과 함께 아메리카노로 마시고 있습니다.
보통 15~18g 원두로 15초가 기본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쓰는 원두로 이렇게 조절하면 바디감이 없어 추출 시간을 좀 늘렸습니다.
바텀리스로 개조 전과 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정말 맛 차이가 많이 나구요. 진짜 크레마가 나오기 때문에 추출 후 한참이 지나도 크레마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집 앞 로스터리 카페에서 사온 똑같은 원두로 내리면 진짜 제가 내린 게 더 맛있습니다.
그랜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스파웃 절단까지는 안 되더라도 가압필터는 반드시 제거하고 사용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Tips N Recip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 사진 판별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0) | 2022.03.01 |
---|---|
남은 막걸리로 만드는 술빵 (0) | 2022.02.27 |
싸이트론 도어락 자가 수리하기 (0) | 2022.02.13 |
국수 만들기 (0) | 2015.04.29 |
피클 만들기 (0) | 201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