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도

제주도 자전거 여행기 5/6

beercat 2012. 12. 30. 15:23
투둑 투둑.
빗방울이 텐트를 때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다. 비가 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일찍 왔다. 그리고 갈수록 빗소리가 거칠어진다. 나름(?) 운치 있다고 생각하며 빗소리를 듣는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텐트였다. 어제 빨래를 하고 옷이랑 타올을 텐트 위에 올려놓고 말렸는데 그게 물을 먹어서 텐트 가운데를 점점 누르고 그 눌려진 오목한 부분에 점점 물이 고였다. 손으로 텐트를 밀어내 고인 물을 쏟아내는 것도 여러 번. 
결국엔 텐트가 무너졌다. 텐트가 프레임 없이 자전거에 매달고 팩만 박아 서 있는 구조인데 하필이면 텐트 친 장소가 모랫바닥이라 팩이 견뎌내질 못하고 쑥쑥 뽑혀나온 것이다. 텐트 초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텐트에 깔려서 한참을 누워있다 멘탈을 수습하고는 텐트 밖으로 나왔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와 텐트를 지붕있는 정자까지 가지고 왔다.



참 허탈해서 화도 나지 않는다. 아침에 비 소식이 있는데도 텐트 친 내 잘못이 크겠지. 하지만 모랫바닥 위에서 이렇게 텐트가 허무하게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비를 쫄딱 맞았더니 체온이 내려가 비닐 우의를 입고 몇 시간을 버텼지만 비는 그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게스트하우스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남들이 다 자는 이른 새벽에 비 쫄딱 맞은 사람이 찾아오면 좋아할 사람도 없겠지.

아침 8시쯤 되자 빗방울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또 비가 쏟아지기 전에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아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삼양검은모래해변에 있는 '살레인제주'라는 게스트하우스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밥도 먹고 하면 정오쯤 도착할 것 같았다. 

http://www.endomondo.com/workouts/90091860



살레인제주에 도착했는데 아뿔사…. 손님은 오후 2시부터 받는다고 아예 입구를 막아놨다. 여기가 건물도 크고 혹시 해가 나면 텐트라도 말릴 수 있을 거 같아 여기로 정했는데 할 수 없었다. 일단 허기라도 채우기 위해 근처 식당에서 해물탕을 하나 먹고는 제주 시내까지 가서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제주시내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시내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건물들도 커지고 도로에 차도 많았다. 그리고 오르막이 많아졌다. 신발 바닥이 미끄러워 자전거 페달을 놓치게 되어 페달이 종종 다리에 부딪혀 긁혔다. 시내로 가다 갑자기 친구가 예전 제주도에 왔을 때 '그린데이 게스트하우스'란 곳에 묵었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 자리가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며 여행했던 초반에는 항상 예약을 하고 다녔었는데 굳이 예약을 안 해도 극성수기만 아니면 자리가 없는 경우는 잘 없고 일정이 바뀌어도 코스를 바꾸기가 애매했는데 예약을 안 하면 코스변경이 자유로워 좋다. 게스트하우스는 원래 입실이 1시인데 오늘 비가 오니 그냥 들어오라고 해서 곧장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정말 몸이 녹는 느낌이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곳인지 외국인이 많았다. 그런데 난 이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으로 고양이를 들고 싶다. 여기 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데 정말 성격도 능글맞고 귀엽기 그지없다. 그 고양이 보고 싶어 제주도에 가고싶을 정도로.








<짐을 떼어내고 시내를 잠깐 돌았는데 자전거가 정말 가볍다>


http://www.endomondo.com/workouts/90099034


총 주행거리 20Km

사용경비
점심 10,000
게스트하우스 18,000
저녁 9,000 = 3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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