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텐트 안 치고 게스트하우스 이용하기를 참 잘한 것 같다. 다시 잠들었는데 뜨거운 햇볕에 잠에서 깼다. 운이 좋다. 비가 밤에만 내리고 아침에는 개다니.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공식(?) 아침 식사인 토스트에 계란, 딸기잼을 먹고는 해녀축제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한다. 그런데 해녀축제장이란 곳을 가보니 이건 완전 아수라장이었다. 특별히 행사를 하는 건 모르겠고 그냥 먹.자.판이었다. 다른 건 없었다. 실망하고는 내 갈 길을 간다. 등대가 보이길래 한번 들러본다.
여기서 수영대회를 하는지 레인을 만들어놓고 소라줍기 대회를 위해서 소라를 바다에 몇십 박스를 뿌린다. '내가 어제 먹었던 소라가 저거구나'
바다를 보고 있으니 낯익은 얼굴이 다가온다. 이틀 연속 같이 묵었던 그 형님이다. 기념사진 한 장 부탁하고는 갈 길을 간다. 3일 연속 자전거로 달렸더니 슬슬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한다. 한 시간도 채 달리지 않았는데 엉덩이도 아프고 그냥 자전거가 타기 싫어진다. 멘탈이 고갈될 무렵 월정리에 도착한다.
닫은 줄 알았던 카페 아일랜드조르바는 '고래가 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영업하고 있었다. 여전히 관광객은 많았고 샌드위치 만드는 냄새가 기가 막혔지만 '게스트하우스표 샌드위치'를 먹은 지 한 시간밖에 되질 않았기에 커피만 마셨다. 테이크아웃잔은 없고 무조건 머그잔인 게 특이하다. 바리스타가 머그잔 들고 멀리멀리 구경하다가 오셔도 괜찮단다. 카페 앞에 있던 습기 먹은 초딩의자에 앉아 바닷가를 보고 있으니 여기는 참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
http://www.endomondo.com/workouts/89797002
신 재생 에너지 연구기지라는 데가 있어 호기심에 들어가 본다. 관람객은 나 혼자다. 그리고 관람객이 혼자라도 3D 영상을 틀어줘서 100여 명이 들어가는 극장에서 나 홀로 입체 안경을 쓰고 홍보물을 관람했다.
<파도가 오면 그 압력으로 공기가 밀려서 저 팬을 돌려서 전기를 얻는다>
파력이 어떻게 에너지를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여기 쉽게 설명이 되어있는 모형이 있어 쉽게 이해가 되었다.
동복리에 도착하니 오후 2시. 그다지 배가 안 고팠지만 먹어둬야 할 거 같아서 해녀촌에 가 회 비빔밥을 시켰다. 밥을 먹으며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 고민을 하다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텐트를 치기로 한다. 일기예보는 내일 오전부터 비라고 되어있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골목골목을 돌고 있으면 참 푸근한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차로는 가지 못하고, 걸어서는 시간관계상 가기 곤란한 골목골목을 자전거로 돌고 있으면 뭔가 마음이 치유되는듯한 느낌이 든다.
함덕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다. 원래 계획은 여행 내내 텐트 치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절반만 텐트치고 자게 되었다. 바닷가에 왔는데 바닷물에 한번 안 들어가는 것도 좀 그런 거 같아 자전거 옷을 입고 그냥 물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빨래를 해서 텐트 위에 말려놓고는 해변 앞에 있던 그림카페라는 곳에 갔다. 아이폰 충전도 할 겸 시간도 때울 겸. 그런데 여기서 커피를 주문하자마자 외국인 한 명이 들어와서 노트북을 켜더니 나보고 좀 도와달라고 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PC의 윈도우가 한글판이라 읽을 수 없으니 대신 파일 복사를 해달라고 한다. 원하는 대로 도와줬더니 고맙다며 내가 주문한 커피를 사겠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스페인사람으로 부인이 선교사인데 동복리에 가게를 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아는 스페인어를 어설프게 몇 개 쓰니 무척 좋아하신다. 나중에 갈 때 정말 내 커피 값을 계산하고 가셨다. 여기 카페주인은 경상도 여자느낌인데 카페 느낌이 아주 좋다.
저녁을 먹고 텐트에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 오마이갓 아직도 9시다. 억지로 잠을 청한다.
총 주행거리 28Km
사용경비
커피 3,500
점심 13,000
회 33,000
막걸리 3,000 = 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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