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Camino de santiago

#14 처음 만나는 대도시 부르고스(Ages-Burgos)

beercat 2013. 2. 10. 15:14

-5.07(12) Ages -> Burgos(21km)

 

 

불길하게 아침에 일어나 안경을 쓰려고 보니 무테를 받치고 있는 와이어가 끊어져 있다. 임시처방을 하고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내가 빠른건지 다른 사람이 느린건지 내가 아침을 다 먹고 나니 내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기다렸다 같이 가는데 오늘따라 빨리 걷고 싶어 먼저 길을 나섰다. 같이 걷는 것보다 아침 일출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섰다.

 

<여행객은 왼쪽으로 걸으세요. 우리나라랑 다르게 차를 마주보며 걸으라고 한다>

 

 

 

 

30분 정도 걷자 마을이 하나 나왔다. 가이드북에 이 마을 아따뿌에르카는 고대 유인원의 흔적이 발견된 곳이라 한다. 하지만 난 갈 길이 바빠서 패스. 이른 아침에 아마 박물관도 열지 않았겠지.

 

 

언덕 하나를 오르면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고 언덕을 내려가는 내리막에서 보니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 부르고스가 보인다. 큰 도시라 그런지 저 멀리에서도 보인다.

 

 

 

 

 

 

 

잠시 쉬려고 마을에서 Y랑 H누나를 기다리는데 여기서 새똥을 맞았네. 오늘 무슨 날인가? 오늘 몸조심 해야겠다. 둘은 다른 마을에서 또 기다려도 안 와 그냥 혼자 걷기로 했다.

 

 

 

 

부르고스에 다가가면 갈수록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 도시와 가까워질수록 지쳐간다. 도로 위를 걷지 않는 일부러 돌아가는 코스를 택했음에도 큰 도시가 내게 다가오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높은 건물, 커다란 공장,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들. 도시에 살면서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던 것들이 카미노에서 불과 2주 만에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부르고스에 들어와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차들도 많고 도로 표지판들과 광고판에 가려 노란 화살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대형쇼핑몰을 발견해 안경수리점이 있을까 싶어 들어갔다가 안경점은 못 찾고 KFC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결론은 너무 맛이 없다. 햄버거 세트 7.3유로에 3유로만 더 내면 카미노 위의 레스토란테에서 와인과 훌륭한 음식이 제공되는데 너무 돈값을 못하는 것 같다.

 

결국, 부르고스 번화가에서 안경점을 발견해 수리를 맡겼다. 안경을 보자마자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 버렸다. 유럽은 인건비가 비싸다던데 바가지를 씌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2유로에 해결했다.

 

 

 

 

 

 

대성당 뒤편에 있는 알베르게에 갔더니 어랏? 이미 Y가 도착해 있다. 어찌 된 일이냐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부르고스 이전 마을에서 기다리는 사이 지나쳐갔던지 KFC에 있던 사이 지나가 버린 것 같다. 짐을 풀고 좀 쉬며 한국에서 출발 전 친구들과 술 한잔하며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본다. 다들 보고 싶다. 무사히 돌아가서 다 같이 웃으며 한잔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이후 일정을 생각해 본다. 처음 계획을 잡을 때 카미노 걸을 시간을 너무 짧게 잡았다. 부르고스에서 하루, 레온에서 하루 더 쉬는 걸로 잡으니 산티아고 이후 피니스테레도 빠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버스를 타기로 했다. 너무 멀리 까진 가지 말고 프로미스타까지 65Km를 버스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을 찾아 물어보니 내일 프로미스타까지 가는 버스는 17:30에 있다고 한다. 

 

부르고스의 산타마리아 대성당은 스페인에서 2번째로 큰 성당인데 정말이 크고 각 면마다 보여주는 모습이 달라 구경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다시 알베르게에 가서 Y랑 H누나와 스포츠 용품점에 가서 Y가 쓸 등산스틱을 좀 보고 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중국음식점 Restorante chino Hongkong에 갔다. 삼선볶음밥이랑 커리볶음밥, 매운 돼지고기 볶음을 시켰는데 맛은 그냥저냥이었지만 고향의 맛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저녁을 먹고 H누나는 들어가고 나는 Y가 점심에 먹었다는 꼬치 집에 갔다. 양송이 꼬치가 끝내줬다며 극찬을 하길래 나도 궁금했다. 맥주에 양송이 꼬치를 2개씩 시켰는데 양송이 큰 것 4개에 2.5유로였으니 한국보다 비싸지도 않았고 진짜 진짜 맛있었다. 매우 만족스럽게 먹고 돌아가는데 후쿠다상을 만났다. 사실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어긋났는지 만나지 못했었다. 레온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과연 만날 수 있을는지...

 

 

 

사용내역

카페 1.2

간식 1.2

햄버거 7.3

안경수리 2

알베르게 5

성당 2.5

엽서 1.1

물 0.8

저녁 6

꼬치 7

총 34.2 /누적 321.5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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