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13) Burgos -> Fromista(65km)
<알베르게 벽에 붙어있던 일러스트>
Y랑 성당 앞을 걸어 다니다 츄러스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원래 츄러스는 초컬릿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지만 초컬릿의 단맛이 조금 부담돼서 그냥 츄러스랑 커피만 시켰다. 츄러스랑 커피 모두 훌륭했다.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수비리에서 처음 만난 피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관광인포에 물어 시티은행에 가서 출금하는데 한글이 되어 감동이었다. 카드를 넣으면 자동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Y랑 스포츠용품점을 찾아 미친 듯 돌아다녔다. Y는 방수 스프레이가 필요했고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비옷이 새는 것 같아서 방수쟈켓이 필요했다. 어제 갔던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의 용품점에는 제품이 너무 없었다. 관광인포에서 물어 찾아가는데 암만 찾아봐도 없는 것이다. 주변한 한참 빙글빙글 돌다 별수없이 말은 안 통하지만, 현지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느긋하게 있는 아저씨가 있어 물어보니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곳을 알려주길래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니 따라 오라고 하며 친절하게 거의 10분 넘게 같이 걸어가서 알려줬다. 근데 알려준 지점에서 20분은 더 걸어가야 한다고 해서 어쩌나... 하고 있는데 아까 물어본 아저씨가 벤츠를 타고 옆을 지나치다 우리를 보고는 차를 세웠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보고 차에 타라는 듯한 제스쳐였다. 앞뒤 안 가리고 낼름 차를 얻어탔는데 이 용품점이 대형할인매장 같은거라 시 외곽에 있었다. 걸어갔으면 한참을 걸어갈 뻔했었다. 벤츠 아저씨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데카메론이란 용품점이었는데 정말이지 큰 곳이었다. 오늘은 쉬기로 한 날인데 여길 찾느라 이미 10km쯤은 걸은 것 같다. 여기서 Y는 원하던 방수 스프레이를 사고 나는 마음에 드는 윈드브레이커를 발견해서 조금 무리해서 쟈켓을 구입했다.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을 핑계 삼아. 용품매장 바로 옆에 맥도날드가 있어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을까 했지만, 가격을 보니 별로 먹고 싶지가 않다. 다시 시내까지 걸어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피자 가게를 발견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았다.
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로그로뇨에서 처음 만났던 C와 T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터미널에 갔더니 어떤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저쪽을 손짓하며 "치노 치노!" 하는 것이다. 나를 중국인으로 알았나? 하며 손짓하는 곳을 쳐다보니 리나가 있다. 맙소사 오늘은 사람들 만나는 날인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프로미스타에 가는 순례자는 나 외에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온 부부가 있었다. 작년 생장에서 프로미스타까지 걸었고 올해 프로미스타에서 산티아고까지 다시 걷는다고 한다.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은 사막이 아니었다. 거의 다 평원에 푸른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 메세타 봉인지 모르겠지만, 부르고스 가는 길에서부터 본 아주 낮은 산맥과도 같은 것이 여기까지 뻗어있었다. 프로미스타에 더 다가가니 그 산맥마저 보이지 않았다.
버스를 타면 걷는 것과 속도 차이는 대충 20배쯤 차이가 난다. 그리고 보이는 뷰도 다르다. 그리고 꼭 걸어야 하는가? 왜 걷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 생각해보면 부르고스에서 프로미스타까지 버스 탄 것을 엄청나게 후회한다. 일정에 쫓겨 버스를 탄 것이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꼭 다시 걷고 싶다.
프로미스타에 도착해서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여기서 초반에 보이다 사라진 제주도에서 온 할아버지 한 분이랑 부자지간을 다시 만났다.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걷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걸어왔다고 하더라도 대략 이틀 치가 차이 난다. 오늘 카미노를 걸은 게 아니라 알베르게에서 자는 게 미안해 알베르게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오래되긴 했지만 깔끔했다. 슈퍼에서 작은 와인 한 병을 사고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도 샀다. 그리고는 욕조에 몸을 담근 뒤 편한 일인용 침대에서 몸을 누인다. 음악도 스피커로 듣고 여태 사람들이랑 웃고 떠드느라 일기도 밀렸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사 온 와인으로 별일 없이 여기까지 온 것에 자축했다.
<1유로짜리 하프와인인데 스페인에서 마셔 본 와인 중 제일 훌륭했다>
사용경비
츄러스 4
피자 7
식료품 7
맥주 3.4
버스 6.65
호텔 38
총 66.05 /누적 387.57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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