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Camino de santiago

#17 지겨워(Carrion de los condes-Terradillos)

beercat 2013. 2. 25. 00:21

-5.10(15) Carrion de los condes -> Terradillos de templarios(27km)

07:30 ~ 15:30

 

 

 

 

 

 

오늘 걸어보니 왜 메세타 메세타 하는지 알 것 같다. 정말이지 지겹다. 걸어도 걸어도 똑같네. 정말 지겨웠다. 쉬다 걷다 하다 어제 만났던 S와 재미교포 J를 만났다. 둘은 칼사디야까지 간다고 한다. 칼사디야는 지도상으로 분명히 보여야 할 거리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내리막길로 내려가서야 비로소 마을이 보였다. 갑자기 확 나타나니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둘은 점심을 먹고 난 맥주 한잔하고 다시 출발했다. 다시 출발해도 역시 똑같은 풍경.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서 어제 만들어놓았던 샌드위치를 먹었다. 

 

 

 

 


레디고스에 도착해보니 동네가 너무 작고 알베르게마저 우중충한 분위기가 났다. 그냥 좀 더 가보기로 한다. 좀 더 가겠다고 마음을 먹자마자 몸이 쳐진다. 레디고스에서 잠시 쉬는데 근처가 전부 캠핑존이었다. 텐트를 가져왔으면 여기서 쭉 늘어져서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뒤로 샤워는 어떻게 하며, 밥은 어떻게 해먹으며, 빨래는... 등등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떼라디요스까지 걷는다. 마을 초입에 알베르게를 하나 발견했지만, 왠지 상업적인 냄새가 풀풀 풍겨서 좀 더 가보니 자끄 드 몰레이라는 알베르게로 갔다. 동네 이름대로 여기는 템플기사단의 근거지였고 자끄 드 몰레이는 마지막에 처형된 템플기사단의 기사였다고 한다. 근데 알베르게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8유로나 하는데 사람들도 그닥 친절한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여기 동양인은 나뿐이다.

 

<고양이가 주방앞에 서성대는 것은 세계공통이다>

 

어제 먹었던 라면을 또 끓여 먹으려고 주방에 들어갔는데 이런 맙소사. 여기 주방은 순례자들을 위한 주방이 아니라 알베르게 주인네에서 사용하는 주방이었다. 라면 먹으려고 체크인할 때 저녁 예약을 안 했는데. 저녁 예약을 하기도 싫어서 그냥 어제 사놓고 먹지 않았던 감자 칩과 맥주를 들고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 테이블에서 일기도 쓰고 찍었던 사진도 구경하며 햇볕을 쬐었다. 정말 햇볕은 원 없이 쬔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볕 들지 않는 지하에서 상당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렇게 햇볕을 쬐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사진 구경도 이내 지루해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하지만 이 동네는 너무나 작아서(템플기사단이 활동하던 몇백 년 전에는 컸었겠지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 외에는 별로 할 게 없다. 동네 고양이랑 눈싸움하며 놀고 높은 곳에 올라가 내일 걸을 길을 쳐다보는 일 따위를 하다 어제 돌아다니다 계속 마주친 남자를 오늘도 만났다. 하비Javi다.
Holla! 하고 인사를 건네고는 뭐라뭐라 서로 통하지 않는 말을 주고받다가 see you 하며 인사를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낯설다. 

무슨 말이냐 물어보니 'see you' 라고 한다. 단어 하나 배웠다. "Hasta luego"

<한국의 옛 시골과 너무나 닳은 풍경. 흙벽에 기와지붕, 저 문고리>

 

 

 

 

알베르게에 돌아와서 보니 다행히 여기에 슈퍼도 겸하고 있다. 아까 수돗물을 마셔봤더니 물맛이 이상해서 물도 큰 병으로 샀다. 빵도 살까 했는데 맥주에 감자 칩이 의외로 배가 불러서 오늘 저녁은 패스하기로 한다.

 

사용경비맥주 5.2콜라 1.2알베르게 8물 0.7총 15.1 /누적 419.97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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