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16) Terradillos -> Sahagun(13km)
7:30 ~ 11:00
어제 8시쯤 선잠을 잤더니 밤에 잠을 못 자 고생했다. 아침에는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가 아침을 먹었는데 3유로짜리가 너무 초라했다. 커피랑 빵 조금이 전부다. 알베르게를 나서자 앞의 캠핑존에는 텐트 하나가 세워져 있다. 옆에는 와인병 하나가 놓여있고.
산 니콜라스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으니 S가 와서 이후부터 함께 걸었다. 물어보니 자기도 칼사디야에서 안자고 떼라디요스까지 와서 첫 알베르게에서 묵었는데 아침을 5유로나 받았다고 한다. 그 동네 자체가 좀 비싼 것 같다. 사아군까지 일정이 짧고 다행히 길도 어제보다는 재미(?)있었다.
공립 알베르게에 다행히 문이 열려있어 처음으로 1번 숙박자가 되었다. 짐을 내려놓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한국인 부부가 들어오셔서 같은 구역에 짐을 풀었다. 이분들은 너무 힘들어서 좀 쉰다고 하시며 점심은 알아서 먹고 저녁을 같이 해 먹자고 하신다. 마을을 걷다 지나가는 유코를 만나 잠깐 같이 다니다 유코와 S는 박물관 구경한다고 들어가고 나는 그 박물관에 별 관심이 없어서 혼자 마을을 돌아다녔다. 사아군은 몰락한 영광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마을 곳곳에 유적들이 보이지만 하나같이 다 부서지고 무너진 흔적이 보인다. 이 동네는 돌이 부족하고 흙이 많아 벽돌로 지어서 건물들이 오래 버티질 못하고 부서진 것이라고 한다(그래도 일천 년을 버텼다). 과거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던 수도원이 있었던 도시.
도착하면 빼놓지 않고 하는 의식. 맥주를 잊었다. 바르를 찾다가 시청 앞 광장에서 맥주를 마신다. 여기는 좋은 게 맥주 한 잔을 시키면 꼭 핀쵸하나를 준다. 느긋하게 앉아있으니 그제 프로미스타에서 걷다 만난 J와 M을 만났다. 알베르게 자리 넉넉하다고 얘기를 해 주었지만, 그곳에는 관심이 없는듯하다. 유코와 S를 다시 만났지만 유코는 다음 마을로 가야 해서 헤어지고 S와 나는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알베르게에 들어오니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내일이 동네잔치인 것 같다. 연습에 여념이 없다. 고등학생인듯한 학생들은 힘든지 밖에 나와서 울고 선생님은 매우 엄격해 보인다. 한참 재미있게 구경을 하다 올라와 보니 아까 만난 한국인 부부가 이미 재료를 다 사 와서 준비까지 해놓으셨다. 우리는 할 게 없었다. 메뉴는 닭백숙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나가 슈퍼에서 같이 먹을 과일을 조금 샀다. 딸기랑 포도 오렌지를 샀는데 모든 과일이 맛있지만, 딸기는 예외인 것 같다. 색이 빨갛다 못해 까만색이 될 지경인데 먹어보면 단맛은 그닥 없다. 딸기는 Fresa라고 하는데 처음엔 이게 'Fresh'를 의미하는 줄 알았다.
닭백숙은 맛있었다. 주로 작은 닭을 쓰는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여기는 닭고기가 큰 편이다. 그래서 고기 몇 점만 집어서 먹어도 배가 금방 부르다. 닭보다는 마늘 넣고 같이 끓인 닭죽을 훨씬 맛있게 먹었다. 진정한 한국의 맛이다. 대추 인삼은 없었지만 상관없다. 맛있게 먹고 배 꺼트릴 겸 동네 한 바퀴 또 하고 알베르게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혹시나 하고 아이폰을 켜보니 와이파이 신호가 잡혀 인터넷을 좀 하다 보니 S가 와서 한참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개와 함께 하는 순례자. 자신은 자전거를 타고 개는 뛰어다닌다. 응?>
슬슬 자야 할 시간이 되어 들어와 보니 역시나 연습으로 시끌벅적하다. 10시가 되어야 끝날 것인가? 그리고 내 앞 침대의 처음 보는 동양인 여자는 매우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인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화난 표정은 가시질 않는다.
여기서 하비를 또 만났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마리아라는 스페인여자와 함께였다. 그리고 '잘 자'라는 말을 가르쳐줬다. 'Hasta mañana' 굳이 따지면 내일 보자라는 말이고, 잘 자라는 말은 'buenas noches'가 있지만 이런 말도 주로 쓰나보다.
사용경비
아침 3
커피 1.2
알베르게 4
맥주 1.2
점심 6.4
과일 2.8
빵 2
총 20.6 / 누적 440.57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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