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17) Sahagun -> Reliegos(32km)
7:20 ~ 14:20
어젯밤 생각해보면 대략 10시 반쯤 연습이 끝나고 곧 잠든 것 같다. 시끌벅적했지만 나름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아침으로 어제 사온 빵을 먹는데 어제 처음 본 '화난 여자'랑 마주쳤다. 뭐라 말을 걸어야 될 거 같아 빵을 좀 권했지만 사양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러지… 한국인 부부는 오늘 나의 목적지 렐리에고스보다 7Km는 더 가야 하는 만시야가 목표라고 한다. 그러면 거의 40Km를 걸어야 하는데 무리이지 않느냐고 했더니 거기까지 꼭 가겠다고 하신다.
조금 걷다 카페에서 하비와 마리아를 발견하고는 우리도 조금 쉬며 카페 한잔 마신다.
오늘 가야 할 길을 살펴보면 사아군을 벗어나서 왼쪽으로는 프랑스 길 Camino Frances, 오른쪽으로는 로마 길 via romana이라고 명명된 길이 있다. 로마 길로 가려고 했으나 S가 프랑스 길로 간다기에 같이 그쪽으로 갔다. 사실 로마 길이라고 된 길을 몇 번 걸었었는데 난 처음에 뭔가 거창한 길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자갈과 흙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길일 뿐이었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없었던 시절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게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길이다. 요즘 스파르타쿠스라는 미드를 보고있는데 드라마 내의 역사적 설정이 막 로마가 에스파냐를 함락시켰고 크라수스가 스파르타쿠스 군대를 진압하기 진적인 상황이다. 지금의 상상만으로도 과거 로마제국의 규모가 대단했음이 느껴진다.
<바르셀로나 훈남 하비와 마리아 그리고 옆을 지나는 시크한 고양이>
<여기서 프랑스 길과 로마 길로 나뉘어진다>
엘 부르고 라네로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바로 앞에 지자체 알베르게가 있었는데 거기서 '화난 여자'를 또 만났다. 시설도 좋고 괜찮다고 알려줘서 그냥 여기서 쉴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S는 샐러드를 시키고 나는 메뉴판에 모르시야가 있기에 시켰는데 어랏… 내가 생각하는 모르시야가 아니었다. 모르시야를 잘게 부수어 계란이랑 같이 볶아서 나왔다.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나는 순대스타일의 모르시야를 기대했기에 아쉬웠을 뿐.
오늘은 걸어야 할 거리도 멀지만, 풍경이 비슷해 많이 지쳤다. 오후 3시쯤 되어 마침내 마을을 발견하고 이제 도착했다는 기쁨에 물통의 물을 다 마시고 마을 앞의 풀밭에서 한참을 쉬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로 걸어갔는데…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다. 여기는 우리의 목표지 렐리에고스가 아니었다. 약 4Km 이전에 있는 비야마르코Villamarco라는 마을이었다. 허탈했다. 지도를 꺼내봤지만 알베르게가 있다는 정보는 없다. 그렇다고 마을로 들어가 보기에는 위험이 크다(길에서 멀리 보이는 마을까지 20여 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별수 없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걷는데 멘붕상태에서 걷다 보니 정말정말 힘들었다. 물통의 물은 다 마셔버려 더 이상 마실 물도 없는데다 이미 30Km 가까이 걸어서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도착했다고 신난다고 사진찍고 놀았지>
<하지만 렐리에고스가 아니라 비야마르코>
가까스로 렐리에고스에 도착해서는 알베르게에 도착하자마자 콜라 캔 하나를 원샷하고는 바로 샤워를 하고 맥주 캔을 다시 들이켰다. 이제야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맥주를 마시는데 바로 옆에서 지나가는 유코를 만났다. S와 유코는 물 만난 고기마냥 수다를 떨어댔고 내가 빨래하고 일기쓰고 책 읽는 그 모든 행동을 다 하는 시간까지 이야기를 했다. 저녁은 같이 해먹기로 했다. 유코가 가지고 있는 인스턴트 스프와 파스타 면을 가지고 요리를 했고 나는 가지고 있던 야키소바 라면 2개를 끓였다.
<자기 전 마지막 한잔. 저 마요네즈 샐러드는 정겹다>
오늘의 교훈 : 샴페인은 너무 일찍 터트리면 안된다.
사용경비
카페 1.4
점심 8
알베 7
음료 1.3
맥주 5.2
총 22.9 /누적 463.47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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