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18) Reliegos -> Leon(25km)
7:20 ~ 14:00
어쩌다 보니 오늘 혼자 걷게 되었다. S가 혼자 걷고 싶었는지,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아니면 내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너무 빨리 걸어 S가 쫓아오질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걷다가 S와 멀어져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아 그 뒤부터는 그냥 상관 안 하고 혼자 걸었다. 어제 32Km를 걸었는데도 오늘은 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풍경이 다양해서일까?
<양귀비와 밀이 바람에 휘몰아치는 모습은 예술이다>
<가이드 북에는 고속도로 횡단할때 조심하라고 되어있었는데 다행히 육교가 설치되어있었다>
<한동안 안보이다 만난 캐나다 아저씨. 일 때문에 오늘 캐나다로 돌아가서 일주일 후 나머지 구간을 걷는다고 한다>
레온 시내에 들어와서 알베르게를 못 찾아 헤매는 나를 제니가 발견해서는 알베르게로 데려다 주었다. 바닥에 알베르게로 향하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카미노의 노란 표식만 보느라 지나쳤었다. 레온 시내에 있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오래됐지만 느낌 있는 건물이었다. 바로 옆의 호텔과는 백야드를 같이 사용하기도 했다. 점심을 해결하러 대성당 근처로 가서 한 바에 들어갔다. 여기서 그 남아공 커플을 만났다. 티비에서 중계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서 햄버거를 시켰는데 정말이지 초딩때 학교 앞에서 파는 수준의 패티를 넣고 팔아서 너무나 실망했다. 위안이라면 wifi가 빨라서 인터넷이 원활했다는 정도? 햄버거를 먹고 주변을 돌아다니다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왔는데 웬 일본인 단체여행객들이 와서 구경을 했다. 내가 일본인인 줄 알고 아주머니들이 어찌나 일어로 뭘 물어보던지 귀찮아서 영어로 답했더니 더 이상 별로 물어보진 않는다. 뜰에서 잠시 일기를 쓰는데 옆에서 처음 보는 이가 여기가 어디냐고 지도를 펼쳐 보이며 '페르돈' 하며 물었다. 그녀의 이름은 '실비아'.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하비'. 스페인 사람들은 '하비'란 이름이 참 많은 것 같다.
<며칠뒤에 도착할 아스토르가의 가우디가 지은 성과 정말이지 닮았다. 앞에는 시위하는 학생들>
<순례자는 아닌것 같다>
나와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한국인 JK를 마주쳤다. 인사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천주교 신자라 미사에 참석할 거라고 해서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신자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드리는 미사이고 이런 큰 도시에서 드리는 미사라 느낌이 색달랐다. 미사가 끝나고 나가려던 찰나 사아군에서 만난 경주부부를 만났다. 어제는 기어이 만시야까지 가셨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너무 힘들었다고 하신다. 오늘은 파라도르(옛날 성을 개조한 국립호텔)에서 주무신다고 한다. 저녁을 그 '제주도 할아버지'랑 같이 드시기로 했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중국식당엘 갔다. '제주도 할아버지'는 세끼째 여기서 드신다고 한다. 음식은 정말 고향의 맛. 한국에서 맛보던 중국집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 때문에 너무 불편했다. 20여 일 카미노를 걸으면서 절실히 느낀 게 한국의 의사, 어르신들은 '대장'행세하는데 옆에서 딴지걸면 삐친다는 것. 예전 중국 여행했던 경험으로 음식주문을 도와주려 했었는데 그게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정말 나에게 삐쳤던 것 같다. 괜히 미안했고, 식사까지 사주신 경주부부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정말 좋으신 분들이었는데 내 기억력이 너무나 안 좋아 그분들의 성함도 기억을 못 한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아까 알베르게에서 만난 실비아와 하비를 만났다. 내가 실비아에게 하비가 아빠냐고 물었더니 그냥 웃는다. 그리고 카미노 친구 Camino amigo라고 한다. 그때 나도 웃었다. 실비아도 하비도 좋은 사람이지만 영어를 전혀 못해 아쉬웠다. JK가 여기 알베르게는 수녀원에서 하기때문에 9:30분에 순례자들을 위한 예배를 한다고 해서 같이 갔다. 여기서 사아군에서 만난 하비를 만났는데 옆에는 마리아가 아닌 다른 여자랑 있네. 성당에 갔더니 각국 언어로 된 찬송가 악보를 나눠줬고 완전 엄하신 수녀님이 예배 방법도 알려주셨다. 실전(?)에 들어갔더니 한쪽에는 오르간을 연주하고, 한쪽에는 수녀님들이 찬송가를 합창하는데 진짜 카미노를 걸으면 없는 종교도 생긴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수녀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고음으로 된 찬송가를 들으면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그냥 빠져들었다.
사용경비
카페 1.3
알베르게 5
점심 7.55
총 13.85/누적 477.32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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