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휴식(Leon)

-5.14(19) Leon(0km)

아침 일찍 나서려는 내게 JK는 여기 알베르게는 아침을 준다는 정보를 제공해줬다. 엄청나게 붐비는 식당에서 빵 두 조각과 커피를 마셨다. 대학인 순례자 여권을 가지고 있는 JK는 레온 대학교에서 세요를 받아야 한다기에 나도 호기심에 따라갔다. 대학 행정처에서 세요를 받고는 같이 레온의 파라도르를 구경하러 갔다. 레온의 파라도르는 굉장한 크기의 궁전 같다. 순례길에서 파라도르를 만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레온의 파라도르는 크기도 굉장하고 등급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미래에 결혼을 한다면, 신혼여행으로 스페인에 온다면, 꼭 여기서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라도르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다 '경주부부'도 만나고 알베르게에 구경왔던 일본인 관광객들도 다시 만났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JK와 연락처를 교환하고는 헤어져서 오늘 묵을 호텔을 찾아서 체크인하고 대충 짐 정리하고 다시 나왔다. 

호텔 근처 대형마트가 있기에 거기서 오늘 저녁에 마실 맥주랑 안주를 고르다 라면코너를 발견해 중국산 라면 몇 개랑 네슬레 야키소바를 샀고, 길에서 자라Zara 매장을 발견해 들어갔는데 한국보다 가격이 정말 싸다. 바지랑 셔츠를 샀는데 8만 원도 안되는 가격에 샀다. 그리고는 전혀 쓰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을 골라서 산티아고까지 보내기로 했다. 우체국을 찾아서 갔는데 대기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단지 2명이 모든 일 처리를 다했다. 한국이었으면 난리가 났을 정말 여유 만만한 풍경이었다. 정말 한참을 기다려 겨우 소포를 보내고는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성당 앞 호텔 1층의 레스토랑에 자리가 많길래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전채는 샐러드, 메인은 송아지 스테이크를 시켰고 음료는 상그리아가 있길래 그걸 시켰는데 뜨악, 한 단지가 나왔다.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스테이크도 맛있게 먹고, 상그리아도 맛있게 먹었…지만 정말 양이 많아서 술에 취했다. 내 옆옆 테이블에는 한눈에 딱 봐도 한국인 모녀가 있었다. 이쁘게 입은 옷에 명품 핸드백. 백이면 백 한국인이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식당을 나오는데 누군가 손짓을 하길래 쳐다보니 홀란드에서 온 아니타와 반야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자기들은 오늘 도착했는데 알베르게에 미시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알딸딸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호텔에서 한숨잤다. 일어나보니 아뿔싸… 저녁이었다. 레온성당을 들어가 보려 했는데 너무 늦었다. 아쉬운 마음에 길을 걸어가는데 거짓말처럼 미시로를 만났다. 반야와 아니타가 나를 만났다고 얘기해 줬다고 한다. 내일 산 마르틴까지 간다고 하기에 나도 거기까지 간다고 약속을 했다. 

<밝지만 저녁 7시쯤이다>

호텔에 들어와 샤워하는데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한국에서 보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카미노를 걷기 시작한 이후로 거울 볼 틈이 없어 몰랐지만 근 20일 만에 본 내 모습은 너무나 달라졌었다. 내 옆구리를 차지하고 있던 두툼한 살들이 사라진 것이다. 뱃살도 엄청나게 줄었다. 내일부터는 정말 여행의 마지막 1/3의 시작이다.

사용경비

소포 11.55

엽서 3.4

식료품 15

점심 15

호텔 33

총 77.95 /누적 555.27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