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한적하고 이상한 알베르게(Leon-San Martin)

-5.15(20) Leon -> San matin(28km)

07:50 ~14:00

 

 

 

 

어젯밤 호텔방에서 늦게까지 인터넷을 하느라 늦잠을 잤다. 아침을 먹고 씻고 하다보니 결국 8시가 다 되어 출발했는데 전에 프로미스타에서도 그랬듯이 호텔에서 자고 출발하면 느낌이 이상하다. 하지만 쉬어서 그런지 발걸음은 가볍다. 하루 쉬었는데 이 정도면 이틀 쉬었다간 날아다니겠네. 

 

 

 

막 레온을 벗어나서 커피숍이 보이는데 거기에 어제 만났던 반야와 아니타가 있길래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중국인 두 명과 서양인 한 명이 있어 묘하다 생각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그들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과 프랑스인이었다. 현우와 S누님, 그리고 프랑스인 쟝이었다. 중간에 노란 화살표가 안 보여 당황했었는데 내게 묻길래 나는 다 아는 척 가이드 북에서 본 길을 안내했는데 다행히 맞았다. 잠깐 같이 걷다가 그들은 추천 루트인 비야르 데 마사리페로 가는 길을 택했고 나는 어제 미시로와 약속했기에 다른 루트로 해서 산 마르틴 델 카미노까지 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가는 길은 참 험난했다. 산길도 아니고 숲길도 아닌 고속도로 옆을 계속 붙어서 갔다. 쌩쌩 달리는 차들 덕분에 정신이 없었고 앉아서 쉴 곳도 마땅찮아 결국은 차도 옆에 퍼져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마침내 도착한 산 마르틴에서 알베르게에 들어갔더니 반가운 얼굴을 맞이했다. 바로 Rob이었다. 며칠 만에 본 Rob은 정말 핼쑥해진 느낌이었다. 어제 나 자신을 거울로 봤을 때 정말 날씬해져 있었는데 그런 날씬한 게 아니라 정말 피골이 상접한 느낌이었다. 덩치 좋은 홀랜드 사람도 힘들긴 힘들구나. 오스피탈레라에게 물어봤으나 일본인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길을 걸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알베르게라는 표지판은 있었는데 동네 마을 회관이랑 놀이터 같은 것만 보이고 거기서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알베르게는 어딨는 거야…' 하고 생각하다 혹시나 하며 그 동네회관 같은 곳에 들어가 보니 그 건물이 알베르게였다. 의심쩍었지만 들어가서 물어보니 알베르게가 맞다고 했고 혹시 일본인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방명록을 보여준다. 나는 미시로 'mishiro'라는 글자를 확인하고는 들어갔고 미시로를 만났다. 이 알베르게는 무척이나 미스테리했다. 지자체 알베르게라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부부가 운영하는 것 같았고 그런데 장소는 공공부지였고 아무튼 뭔가 이상했다. 사람도 거의 없었다. 씻고 빨래하고 빨래를 너는데 놀이터에서 파티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고 이제는 판이 커져서 엄청나게 큰 팬에 빠에야를 하고 있었다. 미시로와 나는 그 근처에서 어슬렁대고 구경도 했지만, 그 맛있어 보이는 빠에야를 한 입 얻어먹어 보지도 못했다. 식당에 들어가서 맥주를 한잔 시켰는데 오스피탈레로인 안토니오 아저씨가 알베르게 앞 잔디밭에서 뽑은 네잎 클로버를 말려서 코팅하고 있었다. 나랑 미시로에게도 하나씩 주었다. 그리곤 크레덴시알을 보여주는데 정말이지 수십번은 카미노를 걸은 것 같았다.

 

 

 

 

 

 

 

저녁은 내 비장의 무기 야키소바를 꺼내 들었고, 미시로는 '오이시이~'를 연발했다. 하지만 난 이제 좀 질리기 시작한다. 김치랑 밥을 먹고 싶다. 야키소바를 먹고 야외에 앉아 일기를 썼다. 그렇게 일기도 쓰고 이 알베르게에서 기르는 고양이랑 놀기도 하면서. 

 

 

 

 

 

그러다 전에부터 몇 번 얼굴을 마주친 프랑스 툴롱에서부터 걸어온 커플을 여기서도 만났다. 남자는 이반, 여자는 꺄흐리나. 그들은 저녁을 먹고 도미노게임을 가지고 오더니 나와 미시로에게 같이 할 것을 청했다. 매우 단순한 게임이라 말이 통하질 않아도 쉽게 배울 수 있었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좀 지루한 게임이었다. 한국의 '제로'같은 게임을 가르쳐주면 외국 애들 너무 재미있어서 넘어간다던데

…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같은 숫자대로 연결하는 게임이었던걸로…>

 

 

 

 

<이 가족도 나중에 계속 만난다>

 

 

사용경비

카페 1.5

알베르게 5

맥주 3.9

음식 3.2

총 9.1 / 누적 56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