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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27

#5 버스를 타고 팜플로냐까지(Zubiri-Pamplona)

-4.28(3) Zubiri -> Pamplona(22km)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8시쯤 출발해서 라라소아냐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비가 많이 와 작은 계곡에 돌다리가 유실돼서 할아버지 한 분이 건너질 못하고 있어 내가 머리크기만 한 돌을 가져와 디딜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걸로 뒤에 오는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신발 젖지 않게 건너고. 라라소아냐에서 잘 것이냐 버스를 탈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름 아침부터 열 만한 숙박업소도 없었고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순례자를 만나 카페가 어딨느냐고 물었더니 엉뚱하게 커피 자판기를 알려준다. 카페를 찾다 라라소아냐 알베르게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무리를 우연히 만났다. 이들도 나처럼 다리에 문제가 생겨..

#4 힘들었던 둘째 날. 수비리까지(Roncesvalles-Zubiri)

-4.27(2) Roncesvalles -> Zubiri(22km) 07:20 ~ 16:00 오늘도 새벽 4시쯤 깼다. 뜬 눈으로 한 시간 넘게 지새다 살짝 잠들었는데 웅성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벌써 6:20분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짐을 챙기는데 옆의 독일부녀는 추운지 비치타올을 휘감고 웅크리고 잔다. 그리고 일어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정신없이 정리하고 식당으로 내려가 보니 A누나는 이미 아침을 먹고 내 것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 스프를 끓여줬다. 여기에 1유로짜리 빵과 함께 먹었다. 다행히 신발은 90% 정도 마른 것 같다. 어제의 충격에 상 하의 전부 우의로 챙겨 입었는데 제길, 비가 안 온다(하루종일 맑았다). 오늘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무릎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가다쉬다 반복해 민폐인 거 ..

#3 출발.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st.Jean-Roncesvalles)

-4.26(1) St.jean pied de port -> Roncesvalles(28km) 06:30 ~ 14:30 아직 시차 적응이 되지않아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깼다. 어젯밤 샤워를 했기에 간단히 씻고 짐을 챙겨 주방으로 갔다. 토스트를 먹고 점심으로 먹을 빵 몇 개를 챙긴 뒤 본격적으로 걸을 준비를 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늘은 컴컴했지만 걷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처음 보는 풍경들에 마음이 들떴다.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기는 했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구름도 걷혔고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맑은 하늘에 비 오는 날씨가 이어졌다. 시골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라 기분은 너무 좋았다. 그런데 생활방수되는 옷을 입고 있어 그냥 걸었는데 나중에 그게 화근이 되었다. 풍경도 좋고 날이 개길래 계속 좋을..

#2 카미노 프랑스길의 시작점. 생장 피 드 포르 St.jean pied de port

4.25 생장은 아주 분위기 좋은 도시였다. 자연스레 우거진 수풀에 꽃들이 만발해 있으며 그냥 눈에 닿는 모든 것이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파리의 우중충한 느낌이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역에 내리자마자 배낭을 멘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 느낌을 더 느끼고 싶어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다. 여기서 한국인 B부자를 처음 만났다. 아들이 군대에 가서 그 전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카미노를 걸으러 왔다. 정말 멋진 아버지였다. 순례자 센터에 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자 여권. 즉 크레덴시알을 받으려고 서 있었다. 발급해주는 분들은 전부 카미노를 걸은 적이 있는 이 지역의 자원봉사자라고 한다. 역시 영어가 안 되지만 손짓 발짓으로 크레덴시알을 발급받고 구석에서 헌금하고 순례..

#1 파리에서 생장으로(Paris-st.Jean pied de port)

4/25 Paris -> St.jean pied de port 지난밤 잠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내가 일찍 잠든 것도 있지만 ikea 이층침대가 너무 삐걱댔다. 결국, 새벽에 씻는 사람 때문에 2시쯤 잠이 깨고 다시 잠들었는데 4시쯤 대출전화(국제전화일 텐데 참...)에 다시 잠이 깼다. 뜬눈으로 지새우다 6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거실에 나왔더니 민박 주인은 밥을 하고 있었고 아주머니 몇 분이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알고 보니 이분들도 카미노에 가실 분들이었는데 파리에서 관광 며칠 더 하다 가실 거라고 한다. 한국의 집에 전화한 후에 아침을 먹고 몽파르나스 역으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몽파르나스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 했는데 민박 주인이 가깝다고 해서 걸었더니 정말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파리의 ..

[카미노 데 산티아고] #0 여행의 시작. Camino de Santiago

4.24 일을 그만둔 지 딱 한 달째 되는 오늘, 난 여행을 떠난다.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날짜를 세어보니 일주일은 고향 부산에 가 있었고, 일주일은 제주도에, 나머지 일주일은 알바를 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일주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일을 그만두며 나 자신과 약속했던 것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운동도 안 했고 영어공부도 안 해서 돈만 날렸으며 그 많이 사 놓은 책 하나도 읽지 않았다. 산티아고를 다녀오면 이런 나와 작별을 할 수 있을까? 변화된 내가 되어 40일 후 한국으로 돌아오길 고대한다. 비행기에 올라타고는 나처럼 산티아고에 가는 사람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봤다. 카미노 카페에서 나랑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각선에 앉아있는 사람이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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