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3) Zubiri -> Pamplona(22km)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8시쯤 출발해서 라라소아냐까지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비가 많이 와 작은 계곡에 돌다리가 유실돼서 할아버지 한 분이 건너질 못하고 있어 내가 머리크기만 한 돌을 가져와 디딜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걸로 뒤에 오는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신발 젖지 않게 건너고.
라라소아냐에서 잘 것이냐 버스를 탈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름 아침부터 열 만한 숙박업소도 없었고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순례자를 만나 카페가 어딨느냐고 물었더니 엉뚱하게 커피 자판기를 알려준다. 카페를 찾다 라라소아냐 알베르게 앞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무리를 우연히 만났다. 이들도 나처럼 다리에 문제가 생겨 버스를 타려는 패잔병(?)들이었는데 스페인 사람들이었지만 다행히 영어가 통했다. 걷는 건 무리고 호텔을 잡더라도 큰 도시에 가서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같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어제 수비리에서 잔 게 잘 한 것 같다. 여기 라라소아냐는 수비리에 비해 너무 작은 마을이었다>
<라라소아냐 알베르게. 체육관을 개조해서 쓰는듯?>
<같이 버스 탄 사람들>
버스를 타니 팜플로냐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걸었다면 5시간은 걸렸으리라. 며칠 걸었다고 지상고가 높은 버스를 타고 풍경을 보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 버스에서 순례자들의 모습이 계속 보여 왠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팜플로냐는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였다. 카미노 전체에서 베스트로 뽑을 만큼. 버스에서 내려 커피 한잔을 마신 후 지도를 따라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여기서 헤어진 한국인들을 모두 만났다. 일본인 미시로까지. 후쿠다상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첫날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길에 몸이 너무 안 좋아 앰블런스에 실려 다시 생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 뒤로 버스를 타고 팜플로냐에 왔는데 호텔에 묵는다고 한다. 하루 못 봤지만 다시 보니 다들 반갑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점심때가 되어 근처에 있는 타파스바에 갔다. 다행히 다들 만족스러워했고 가격도 저렴했다. 먹고 성당에 갔는데 어찌나 춥고 몸 상태가 안 좋던지 관광이고 나발이고 들어와서 잤다. 어깨, 허리, 무릎 이제는 몸살까지 괜찮은 데가 없다. 저녁은 거르려고 했는데 한국인 일행이 저녁거리 장을 봐와서 밥과 라면탕을 해 먹었다. 한국이 그리울 때쯤 먹으려고 가져온 라면이었지만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이거라도 먹고 힘내려고 그냥 여행 초반이지만 먹었다. 스페인이 좋은게 마늘을 먹는다. 양파도 한국이랑 맛이 같다. 쌀도 안남미가 아니라 찰진 한국 쌀이랑 흡사하다. 한국 라면은 처음이라는 미시로도 맛있다고 계속 먹긴 했지만 너무 매워 눈물을 흘렸고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다.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이태리 사람들이 남았다며 파스타와 샐러드까지 줘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난 한국인 아주머니가 주신 트라스트를 무릎 맛사지 한 후 붙였다. 여태껏 한국에서 가져온 파스를 계속 붙였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건 효과가 있을까?
밤 10시 소등이 되고 잠이 안 와서 그냥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배가 아파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어랏? 몸살 기운이 순식간이 사라졌다. 먹은게 잘못 되었던 것이었을까?
사용경비
버스 1.5
카페 1.3
알베르게 7
점심 5.4
총 15.2 /누적 118.7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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