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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르고스보다 더 큰 도시 레온(Reliegos-Leon)

-5.13(18) Reliegos -> Leon(25km)7:20 ~ 14:00 어쩌다 보니 오늘 혼자 걷게 되었다. S가 혼자 걷고 싶었는지,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아니면 내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너무 빨리 걸어 S가 쫓아오질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걷다가 S와 멀어져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아 그 뒤부터는 그냥 상관 안 하고 혼자 걸었다. 어제 32Km를 걸었는데도 오늘은 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풍경이 다양해서일까? 레온 시내에 들어와서 알베르게를 못 찾아 헤매는 나를 제니가 발견해서는 알베르게로 데려다 주었다. 바닥에 알베르게로 향하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카미노의 노란 표식만 보느라 지나쳤었다. 레온 시내에 있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는 오래됐지만 느낌 있는 건물이었다. 바로 옆의 호텔과는..

#19 걸어도 걸어도 끝 없는 평원 메세타(Sahagun-Reliegos)

-5.12(17) Sahagun -> Reliegos(32km) 7:20 ~ 14:20 어젯밤 생각해보면 대략 10시 반쯤 연습이 끝나고 곧 잠든 것 같다. 시끌벅적했지만 나름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아침으로 어제 사온 빵을 먹는데 어제 처음 본 '화난 여자'랑 마주쳤다. 뭐라 말을 걸어야 될 거 같아 빵을 좀 권했지만 사양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러지… 한국인 부부는 오늘 나의 목적지 렐리에고스보다 7Km는 더 가야 하는 만시야가 목표라고 한다. 그러면 거의 40Km를 걸어야 하는데 무리이지 않느냐고 했더니 거기까지 꼭 가겠다고 하신다. 조금 걷다 카페에서 하비와 마리아를 발견하고는 우리도 조금 쉬며 카페 한잔 마신다. 오늘 가야 할 길을 살펴보면 사아군을 벗어나서 왼쪽으로는 프랑스 길 Camino F..

#18 몰락한 영광의 도시(Terradillos-Sahagun)

-5.11(16) Terradillos -> Sahagun(13km) 7:30 ~ 11:00 어제 8시쯤 선잠을 잤더니 밤에 잠을 못 자 고생했다. 아침에는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가 아침을 먹었는데 3유로짜리가 너무 초라했다. 커피랑 빵 조금이 전부다. 알베르게를 나서자 앞의 캠핑존에는 텐트 하나가 세워져 있다. 옆에는 와인병 하나가 놓여있고. 산 니콜라스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으니 S가 와서 이후부터 함께 걸었다. 물어보니 자기도 칼사디야에서 안자고 떼라디요스까지 와서 첫 알베르게에서 묵었는데 아침을 5유로나 받았다고 한다. 그 동네 자체가 좀 비싼 것 같다. 사아군까지 일정이 짧고 다행히 길도 어제보다는 재미(?)있었다. 공립 알베르게에 다행히 문이 열려있어 처음으로 1번 숙..

#17 지겨워(Carrion de los condes-Terradillos)

-5.10(15) Carrion de los condes -> Terradillos de templarios(27km) 07:30 ~ 15:30 오늘 걸어보니 왜 메세타 메세타 하는지 알 것 같다. 정말이지 지겹다. 걸어도 걸어도 똑같네. 정말 지겨웠다. 쉬다 걷다 하다 어제 만났던 S와 재미교포 J를 만났다. 둘은 칼사디야까지 간다고 한다. 칼사디야는 지도상으로 분명히 보여야 할 거리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내리막길로 내려가서야 비로소 마을이 보였다. 갑자기 확 나타나니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둘은 점심을 먹고 난 맥주 한잔하고 다시 출발했다. 다시 출발해도 역시 똑같은 풍경.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서 어제 만들어놓았던 샌드위치를 먹었다. 레디고스에 도착해보니 동네가 너무 작고 알베르게마저 우중충한 분위기가..

유럽에서 구입했던 자라(ZARA)의 가격

지난봄 스페인의 레온에서 구입했던 자라(현지 발음으로는 사라)의 셔츠와 리넨 바지. 재미있는 게 가격택이 이중으로 되어있고 바깥쪽이 22.95유로. 안쪽이 27.95유로로 되어있다. 안쪽에 비싼 택이 붙어있다. 이게 왜 이런지 궁금했었는데 의문은 쉽게 풀렸다. 이후 프랑스 파리에 가서 리넨 바지를 입고 쭈그리고 앉다가 엉덩이가 찢어져 버렸다. 하지만 바지의 색과 질감이 가격대비 훌륭해 고민하다 같은 것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파리에 있는 자라 매장에 가서 같은 바지를 구입하는데 앞의 저 싼 가격이 붙어있는 택이 없었다. (저 택은 셔츠의 택이지만 예를 들자면)고로 같은 제품을 스페인보다 프랑스에서 5유로를 더 주고 구입을 해야 했다. 아래 사진의 택은 셔츠의 것이지만 그때 당시 환율로 계산해보면 2..

사용기-Review- 2013.02.22

#16 다시 걷자(Fromista-Carrion de los condes)

-5.09(14) Fromista -> Carrion de los condes(22km)09:00 ~ 14:00 아침에 혼자 깨는 기분이 이상하다. 좋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상하다'. 오늘 걸을 거리는 길지 않아 느긋하게 준비를 하려고 해도 괜히 마음이 조급해져 빨리 준비를 하게 된다. 내가 쓰던 물건을 햇빛을 보게 할 겸 모조리 가방에서 꺼내 늘어놓았었는데 그것들을 가방의 원래 있던 자리에 쑤셔 넣고 간단하게 과일을 먹고 출발한다. 어제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가서 그런지 몸이 아주 가볍다. 몸도 가볍고 발걸음도 가볍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기 앞에 검은 머리의 동양인 세 명이 나란히 걷는 것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속력을 내어 가까이 가봤더니 SK, J, M이라고 하는 한국인이었다. 나와 마..

#15 휴식의 날(Burgos-Fromista)

-5.08(13) Burgos -> Fromista(65km) 오늘은 걷지 않기로 했다. 휴식의 날이다. 그래서 최대한 늦게 일어나서 최대한 늦게 알베르게를 나갔다. 그래봤자 8시지만. 몸이 적응되어 새벽이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걷는 것 이외에 별로 하는 게 없으니 별 피곤을 느끼지도 않는다. Y랑 성당 앞을 걸어 다니다 츄러스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원래 츄러스는 초컬릿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지만 초컬릿의 단맛이 조금 부담돼서 그냥 츄러스랑 커피만 시켰다. 츄러스랑 커피 모두 훌륭했다.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때우다 수비리에서 처음 만난 피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관광인포에 물어 시티은행에 가서 출금하는데 한글이 되어 감동이었다. 카드를 넣으면 자동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

#14 처음 만나는 대도시 부르고스(Ages-Burgos)

-5.07(12) Ages -> Burgos(21km) 불길하게 아침에 일어나 안경을 쓰려고 보니 무테를 받치고 있는 와이어가 끊어져 있다. 임시처방을 하고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내가 빠른건지 다른 사람이 느린건지 내가 아침을 다 먹고 나니 내려왔다. 평소 같았으면 기다렸다 같이 가는데 오늘따라 빨리 걷고 싶어 먼저 길을 나섰다. 같이 걷는 것보다 아침 일출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섰다. 30분 정도 걷자 마을이 하나 나왔다. 가이드북에 이 마을 아따뿌에르카는 고대 유인원의 흔적이 발견된 곳이라 한다. 하지만 난 갈 길이 바빠서 패스. 이른 아침에 아마 박물관도 열지 않았겠지. 언덕 하나를 오르면 꼭대기에 십자가가 있고 언덕을 내려가는 내리막에서 보니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 부르고스가 보인다. 큰 ..

#13 벨로라도에서 아헤스(Belorado-Ages)

-5.06(11) Belorado-Ages(30km) 알고 보니 알베르게에서 전날 예약을 받아서 먹는 아침이 어제 우리가 점심때 먹었던 레스토란테가 아니라 저녁을 해 먹었던 그 주방에서 먹는 것이었다. 아침을 예약한 그 인원들이 다 먹고 나서야 우리가 주방을 쓸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아침 출발이 좀 늦어졌다. 하지만 주인 눈치에도 토스트 빵 다 굽고 원래 쪄 먹기로 했던 계란도 12개 모조리 구워 마요네즈랑 케첩 발라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 걸었던 길도 가이드북의 지도와는 달리 아주 평탄한 길이었다. 평범한 길을 평범하게 걷고 있는데 아헤스 도착하기 직전 어떤 아저씨가 차를 밀어달라고 해서 나, Y, H누나 셋이서 밀었다. 차가 안 밀려 차 주인까지 합세해서 차 앞부분을 밀어서 내리막길에 떨구니 차가 ..

#12 산토도밍고에서 벨로라도(St.domingo de calzada-Belorado)

-5.05(10) st domingo - Belorado(25km) 산토도밍고의 수녀회 알베르게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기부식으로 원하는 금액을 낸다. 그렇다고 해서 공짜란 말은 절대 아니다. 정해진 금액이 없다는 것이다. 이후에 만난 스페인 유학생 HW가 얘기해 주길 자기가 묵었던 소규모 알베르게에 이전에 한국 사람들이 단체로 10명이 왔었는데 아침에 그들이 떠나고 나니 헌금함에 돈이 10원도 없었다고 한다. 정말 부끄러운 얘기다. 아무튼 헌금하고 나니 수녀님께서 작은 기념뱃지를 주셨다. 오늘길은 아주 무난했다. 거의 평지나 마찬가지였다. 벨로라도까지 딱 6시간 걸린 것 같다. 잘 오다 알베르게 도착 10분전 미친듯한 폭우를 머금은 구름을 만나 급하게 우의를 뒤집어썼다. 옷은 안 젖었지만 이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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